팔루자 450명 사망 ‘유령의 마을’

  • 입력 2004년 4월 11일 19시 11분


지난주 AP통신은 바그다드 시민들이 트럭에 식량과 구호품을 싣고 팔루자로 향하는 사진을 전 세계에 전송했다. 사진에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오랜 갈등을 겪은 두 종파가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무차별 공격을 겪은 뒤 동지가 된 것. 팔루자의 ‘무엇’이 그들을 결속하게 만들었을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팔루자에서 미국인 4명이 살해된 뒤 시신이 훼손당하자 미군은 무차별 보복공격에 나섰다. 2000여명의 해병대 병력이 팔루자를 완전 봉쇄하고 작전을 벌였다. 남자들은 모두 미국인 살해용의자로 취급해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사살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군의 공격이 계속된 5일부터 지금까지 인구 30만명의 소도시 팔루자에서는 최소 450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상했다. AFP통신은 “공포에 질린 주민들은 쥐처럼 숨어 지내고 거리에는 자동차 하나 없다”며 “팔루자 전체가 유령의 마을로 변했다”고 전했다.

팔루자의 비극적 상황이 알자지라 TV를 통해 이라크 전역에 보도되자 전 이라크 국민이 미국의 행동에 분개했다. 미국이 주도해 만든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조차 “미군이 팔루자에서 대량학살을 감행하고 있다”며 비난했을 정도. IGC 위원 25명 가운데 3명은 팔루자 사태에 항의해 사임했으며 4명은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

팔루자의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난 것은 교전이 도시 게릴라전 양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1년 전 민간인 피해가 많은 도심전투를 피하기 위해 대도시를 피해가며 바그다드로 진격, 단기간에 승리를 얻어냈다. 하지만 현재 팔루자에서 벌이는 전투는 저항세력과 민간인을 구별하기 어려워 민간인 사상자가 늘 수밖에 없다.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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