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11일 03시 “풀려난다” 22시40분 “죽일수도”

  • 입력 2004년 4월 12일 00시 29분


이라크 무장단체가 11일 오후(한국시간) 일본인 인질을 석방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초긴장에 빠져 있던 일본 정부 관계자,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환호했다. 원래 무장단체가 밝힌 인질 처형 시한은 11일 오후 9시였다.

그러나 알 자지라 방송이 처음으로 석방 소식을 보도한 지 19시간 만인 이날 밤 10시40분, 인질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3명 중 1명 처형 위협’ 보도가 ‘긴급뉴스’로 타전됐다.

AFP는 역시 알 자지라 방송을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으나 일본 언론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석방 소식의 진위는?=처음 ‘사라야 알 무자헤딘(무자헤딘 여단)’이 인질 3명을 24시간 내에 석방하겠다는 내용을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발표한 시각은 11일 오전 3시. 납치범들은 알 자지라 방송에 보낸 팩시밀리를 통해 ‘이슬람교 성직자 단체의 요청에 부응해 일본인 인질을 24시간 이내에 석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알 자지라 방송 직후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은 “인질들이 석방될 것이라는 연락을 복수의 루트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혀 일본 국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도 알 자지라 보도의 신뢰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며 “하지만 일본인 인질들의 얼굴을 볼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실제 오후 3시반경 일부 일본 방송과 통신에는 석방 보도가 나왔다. 일본 TBS 방송과 지지통신은 알 자지라 방송을 인용해 “일본인 인질 3명이 무사히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0분 후 알 자지라 방송은 즉각 인질 석방 보도를 부인했다.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일본 외무성 부상도 이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요르단에 설치된 일본인 납치 현지 대책본부장인 아이사와 부상은 암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질 석방 사실과 소재, 안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일본 내 반응=이라크 내 종교단체 등에 팩시밀리와 인터넷 e메일을 통해 ‘인질들은 반전론자며 이번에도 이라크를 도우려 입국한 사람’이란 점을 강조하며 석방을 호소했던 시민단체들은 ‘즉각 철수’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9∼10일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이 ‘인질이 다칠 경우 총리 책임’이라고 답했으며 36%는 ‘희생자 발생시 총리 사임’에 동의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위대원 사상자도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해지면서 철수론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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