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임시헌법 휴지조각 되나…폐지 요구 거세져

  • 입력 2004년 4월 12일 18시 09분


이라크 임시헌법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강경 시아파의 무장저항에 부딪혀 존속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과도통치위원회(IGC)에서 배제된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영향력이 커지자 정식 헌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임시헌법은 기본 틀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치안 부재와 외국인 납치가 맞물리면서 이라크 재건공사가 대부분 중단돼 전후 ‘새 이라크’의 토대 마련도 걸림돌에 맞닥뜨렸다.

▽임시헌법, 난산 이어 좌초 위기=임시헌법은 올해 3월 8일 과도통치위원회 위원 25명과 미군정 최고행정관 폴 브리머 등 26명이 서명해 공식 발효됐다. 이 과정에서 내용을 둘러싸고 서명식이 몇 차례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다. 임시헌법은 ‘주권이양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될 만큼 의미가 컸다.

그러나 알사드르 진영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신정(神政) 체제를 원하는 알사드르 진영에게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 임시헌법은 방해물일 뿐이다. 지난주부터 이라크 남부의 시아파 성직자들은 임시헌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온건파인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조차 임시헌법에 대해서는 무장저항을 묵인하는 상황이다. 특히 그는 정식 헌법 채택에 소수 인종의 거부권(비토)을 인정한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임시헌법 마련에 자문관으로 일했던 미 펜실베이니아대 브렌던 올레리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스 12일자 기고문에서 “시아파와 수니파는 임시헌법을 분쇄하려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통치위원 3명이 미국에 반기를 들며 사임한 것도 임시헌법의 무게를 떨어뜨리는 요인. 시아파는 미국이 임명한 과도통치위원들에게는 대표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재건공사 ‘올 스톱’=이라크 현지에서 재건공사를 하는 미국 및 영국회사 직원들은 최근 충돌이 격화되자 바그다드 시내 ‘그린존(안전지대)’으로 피신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2일 전했다. 그린존의 트레일러 숙소 주변에는 모래주머니를 쌓아놓았다.

미국 에너지기업의 한 하청업자는 “위험해서 공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BBC는 안전 확보에 최대 800억달러(약 92조원)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당초 바그다드에서 지난주 열릴 예정이었던 재건박람회는 쿠르드 자치지역인 술라이마니야에서 30일 개최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남부 바스라에서 다음주 개최하려던 석유 탐사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몇몇 외국기업은 지원인력의 철수를 준비 중이다.

1월 사업승인을 받은 3개 은행 중 2개도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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