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정부들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아랍인들의 반미감정이 고조되면 미국과 아랍의 정치적 역학관계는 급격히 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랍권의 반응=지난 주말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집트에서는 수천명이 미군의 팔루자 포위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랍 언론들도 이라크 상황에 침묵하는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일간지 알자지라는 10일 “미국이 팔루자에서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의 예닌시 팔레스타인 난민촌 공격에 비유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일간지 알칼리즈도 “사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팔레스타인에서 한 행위와 폴 브리머 미 군정 최고행정관이 팔루자에서 저지른 일은 공통점이 많다”며 “그들은 아파치 헬기와 F16 전폭기를 이용해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파괴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리아 일간지 티시린은 “자유라는 미명 하에 탱크를 동원해 이라크 시민을 죽이는 이들에 대한 아랍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며 다음달 열릴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만행을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심초사하는 이스라엘=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정책이 바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방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고,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안보전략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랍권의 반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모세 야알론 군 참모총장은 “이라크에서 미군의 성공은 이스라엘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이라크 위기가 악화될 경우 (이스라엘은) ‘후세인 축출 이후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파즈 국방장관도 지난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서 실패하면 이스라엘은 물론 중동전역의 안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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