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무장단체가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처형하겠다는 엇갈리는 메시지를 보내자 인질 가족들이 우려 속에 자위대 철수를 요구했고, 일본 여론도 정부의 대응을 질타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무장단체와의 협상에 대해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해 협상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후쿠다 장관은 그러나 “알 자지라의 인질 석방 보도는 믿을 만한 정보”라던 전날과 달리 “인질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이런 가운데 자위대의 이라크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월드 피스 나우’는 12일 “이라크 민주화세력과 연계해 범행단체와 접촉하고 있다”면서 “이라크 무장단체의 당초 석방 성명은 아직 유효하다”고 밝혀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정보 수집을 위해 미국 영국 등 이라크 주변국과의 연대를 강화한다”는 판에 박힌 입장만 재확인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이날 오후 일본을 방문 중인 딕 체니 미 부통령에게 인질 석방을 위한 미국의 협력을 요청했고 체니 부통령은 ‘자위대를 철수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결정을 높이 평가하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위청은 현지 치안이 더 악화되면 일본 언론의 취재진을 인근 국가로 소개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자위대 철수를 즉각 거부한 정부 입장을 계속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민주당은 “고이즈미 총리가 사태 해결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 정부의 책임을 추궁키로 했다. 다만 자위대 철수문제에 대해서는 “테러에 굴복하는 셈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당분간 철수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로 했다. 한편 범행을 자처한 ‘사라야 알 무자헤딘(무자헤딘 여단)’은 8일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에 보낸 성명에서 인질석방 조건으로 ‘3일 내 자위대 철수’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이에 따라 중동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범행의 계획성과 정치적 배경을 의문시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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