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세력과의 교전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저항세력에 투항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최고 지휘권자인 존 애비제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조차 12일 “이라크 경찰 가운데 일부가 강경 시아파 저항세력인 무크타다 알사드르 군대에 투항했으며 이라크 보안군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개 시인했을 정도.
애비제이드 사령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라크 경찰은 미군의 골칫거리가 됐으며 이라크 보안군도 정리 작업을 할 때가 됐다”면서 “보안군과 국방부 고위직에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지휘관이었지만 연합군의 이라크 진입 때 임무를 이탈한 사람들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최근 이라크 군대가 미군의 팔루자 공격을 지원하라는 명령을 거부했으며 군경 20∼25%가 저항세력에 가담하거나 이탈했다는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도 13일 “바그다드에서도 이라크 경찰이 미군의 지시를 거부했다”고 전해 군경의 이탈현상이 팔루자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한 이라크 경찰관은 “점령군에 의해 형제들이 죽고 집이 무너진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체포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이라크 군경의 이탈현상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이 군경에 지원한 것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것일 뿐 미군의 이라크 구상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 군경의 ‘수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는 약 7만명의 경찰 병력이 있지만 재훈련이 필요할 정도로 질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훈련 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1년에 4000명 정도를 훈련시키는 정도다.
군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라크에는 민방위대 3만5000명과 시설경비대 5만5000명이 있지만 수준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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