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軍-警 ‘가재는 게편’…저항세력과 교전거부

  • 입력 2004년 4월 13일 19시 03분


미군을 포함해 이라크 주둔 연합군을 괴롭히는 것은 50여개나 되는 무장 저항세력뿐이 아니다. 최근엔 미군이 훈련시킨 이라크 경찰과 군인이 연합군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저항세력과의 교전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저항세력에 투항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최고 지휘권자인 존 애비제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조차 12일 “이라크 경찰 가운데 일부가 강경 시아파 저항세력인 무크타다 알사드르 군대에 투항했으며 이라크 보안군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개 시인했을 정도.

애비제이드 사령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라크 경찰은 미군의 골칫거리가 됐으며 이라크 보안군도 정리 작업을 할 때가 됐다”면서 “보안군과 국방부 고위직에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지휘관이었지만 연합군의 이라크 진입 때 임무를 이탈한 사람들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최근 이라크 군대가 미군의 팔루자 공격을 지원하라는 명령을 거부했으며 군경 20∼25%가 저항세력에 가담하거나 이탈했다는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도 13일 “바그다드에서도 이라크 경찰이 미군의 지시를 거부했다”고 전해 군경의 이탈현상이 팔루자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한 이라크 경찰관은 “점령군에 의해 형제들이 죽고 집이 무너진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체포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이라크 군경의 이탈현상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이 군경에 지원한 것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것일 뿐 미군의 이라크 구상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 군경의 ‘수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는 약 7만명의 경찰 병력이 있지만 재훈련이 필요할 정도로 질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훈련 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1년에 4000명 정도를 훈련시키는 정도다.

군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라크에는 민방위대 3만5000명과 시설경비대 5만5000명이 있지만 수준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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