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테러리스트' 발언으로 석방 늦어져

  • 입력 2004년 4월 14일 13시 50분


이라크 무장집단에 납치된 일본인 인질의 석방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테러리스트' 발언 때문이라고 도쿄신문이 14일 이슬람 성직자협회 간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이슬람 성직자는 "무장집단은 자신들을 저항조직(레지스탕스)으로 여기고 있는데 고이즈미 총리가 '테러리스트의 비겁한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라며 비난하면서 일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납치집단은 당초 성직자협회의 석방 호소에 대해 '24시간 이내 석방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테러리스트'라고 거듭 언급하자 격분했으며 조직 내부에서 석방 반대론이 커졌다는 해석.

요르단 암만에 설치된 일본 정부 긴급대책실 책임자인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외무성 부대신도 회견시 '테러리스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인질 석방이 늦어지면서 자위대 파견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집권 자민당 핵심당료중 한 사람인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간사장 대리가 정부의 이라크 파견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13일 도쿄시내의 한 집회에 참석,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일으켰을 때 일본 정부는 이를 '이해한다'는 의사표시로 충분했는데 '지지한다'고 했던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추종 일변도의 외교 정책을 편 것이 결과적으로 일본이 피랍사태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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