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모순적인 이 두 가지 흐름을 통합할 방법은 없을까.
17일 오전 10시 서울대 국제대학원 GLP회의실에서 열리는 학술심포지엄 ‘동아시아의 로컬리즘, 내셔널리즘, 리저널리즘’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논문들이 발표된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사)는 ‘한중일 역사관련 논쟁’이라는 논문에서 “한중일 3국의 강한 민족주의, 특히 역사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국가주의는 스스로를 올가미에 묶어버리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역사 논쟁의 부작용을 비판한다.
그는 “결과적으로 전체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채택률을 보인 일본 역사교과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과잉대응이 오히려 이에 무관심하던 일본인들에게 ‘내정간섭 아니냐’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다. 또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기까지에는 동북3성 지역을 ‘고구려의 고토(故土)’로 바라보던 한국인의 향수어린 시선이 자극한 측면도 있다고 반성한다.
그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이후 출범한 한일역사공동위원회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국내 학계의 대응이 “상대 국가를 압도할 수 있는 연구능력을 기르는 데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경쟁보다는 한중일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기술을 위한 공동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인’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자는 것이 박 교수의 제안이다.
민문홍 서울대 국제대학원 전임연구원(사회학)은 논문 ‘유럽 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교육·문화 정책의 변화와 대응’에서 유럽의 실제 사례를 들어 박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민 연구원은 유럽 통합 과정에서 ‘유럽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시행된 공통의 교육·문화 정책을 소개한다. 이 중 ‘소크라테스 프로그램’은 언어교육 개방원격학습 성인교육 등을 통해 유럽연합(EU) 회원국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프로젝트였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프로그램’은 공통의 직업교육으로 EU 회원국 어디서나 취업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이었다.
민 연구원은 “이런 프로그램들이 19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유럽통합조약) 발효 이후 추진됐다는 점에 견주어보면 한중일 3국간 교류는 97년 이후 활성화됐으니 아직 비관적 상황은 아니다”라며 “유럽에 비해 이질적 요소가 더 많은 동북아지역의 공동체의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문화적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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