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저녁 황금시간대에 TV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취임 후 세 번째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라크 상황 악화와 9·11테러 예방책임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지자 ‘반전’을 시도하기 위해 가진 기자회견이었다. 그는 특히 이라크 상황을 베트남전과 같은 ‘수렁’에 비유하는 것을 경계했다.
▽“베트남전과 다르다”=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저항세력을 사담 후세인 정권 추종자, 이슬람 반군, 제3국 테러리스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시아파 민병대라고 지목했다.
현재의 상황은 내전도 국민적 폭동도 아니며 대부분의 이라크인은 비교적 안정돼 있고 폭력과 독재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황은 호전될 것이라고 했다.
한 기자가 “올해 4월은 지난해 바그다드 함락 이후 최악의 달이 돼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베트남전과 비교하며 ‘수렁’이라고까지 말한다”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그 비유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비유는 우리 군대뿐 아니라 적들에게도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주권 이양 일정 변함없다=부시 대통령은 이어 최근 팔루자 지역을 중심으로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6월 30일까지 주권을 이양한 뒤 △내년 1월 총선 △10월 국민투표 △12월 15일 항구적 정부 수립이라는 주권 이양 일정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예정대로 주권 이양이 이뤄져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이라크가 탄생하는 데 불안을 느끼는 일부 세력이 미군과 동맹군,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설명이다. 따라서 주권 이양 시한을 늦추는 것은 이들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남부 시아파 지역인 나자프나 나시리야를 맡고 있는 ‘폴란드 사단’의 임무를 대신하거나 국경통제 임무를 맡기는 식으로 NATO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다음 주에는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중동에 특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9·11테러 예방 조치=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예방 조치가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오사마 빈 라덴이 비행기를 납치해 건물에 충돌한다는 계획을 알았다면 그것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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