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류상품 중국 753개, 한국 53개

  • 입력 2004년 4월 14일 18시 43분


세계시장 점유율이 1위인 상품의 수가 한국은 53개, 중국은 14배인 753개로 조사됐다. 1994년에 비해 우리나라의 세계 일류 상품은 29개가 줄어든 반면 중국은 370개가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우리의 세계 일류 상품이 절반이라도 남아날지 의문이다.

우리가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전자 석유화학산업 등에서 중국은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한중 간 핵심기술 격차는 5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기술경쟁력의 우위마저 사라지면 임금경쟁력 등에서 앞선 중국을 무슨 수로 이길지 눈앞이 캄캄하다. 정치권 정부 기업 국민이 똘똘 뭉쳐 고민해도 답이 나올까 말까다.

그런데 정치권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이렇다할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이 ‘정책 대신 정치에만 빠져 있는 한국의 정치가들은 왕이 즉위하려면 중국 황제의 동의를 받아야 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을까.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정치지도자와 기업인들은 ‘자본주의 선진국’ 한국을 배우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중국인을 어디 가도 찾아볼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독(毒)이라 할 하향평등주의와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한 나라는 중국이 아닌 한국이기 때문이다.

경제와 교육 등 각 부문에서 일류를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하는 나라에서 상품만 일류가 나올 리 없다. 개인과 기업의 부(富)를 질시하고 공격하면서 부국이 되기를 바라고, 떼쓰기로 부를 나눠 가지려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일류 상품, 일류 국가’는 멀어진다. 우리가 일류상품을 만들어 내려면 반(反)자본주의적 제도와 정서부터 버려야 한다. 이공계를 지원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장려하는 일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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