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해변 인근 대학기숙사 계획에 누드족 반발

  • 입력 2004년 4월 14일 19시 12분


누드비치인 캐나다 밴쿠버의 렉 비치를 ‘애용하는’ 누드족.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대학 기숙사가 세워진다는 소식에 항의 시위를 벌였다.   -밴쿠버=CP
누드비치인 캐나다 밴쿠버의 렉 비치를 ‘애용하는’ 누드족.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대학 기숙사가 세워진다는 소식에 항의 시위를 벌였다. -밴쿠버=CP
캐나다 밴쿠버의 렉 비치는 40여년 역사의 세계적인 누드 해변. 그런데 이 렉 비치가 혈기 왕성한 대학생들에게 ‘노출’될 위기를 맞아 시끌벅적하다.

일간지 캘거리 선은 13일 해마다 30만명이 이용하는 렉 비치 부근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이 해변의 절벽 위에 20층 규모의 기숙사를 지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곳을 애용하는 누드족들은 기숙사가 완공되면 망원경과 웹 카메라가 해변을 향해 일렬로 늘어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어려서부터 렉 비치를 이용한 스테파니 깁슨은 “대학은 기숙사가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권리도 생각해야 한다”며 “일부 학생들은 우리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뒤 파티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활동해 온 ‘렉 비치 보존협의회’는 인터넷에 항의의 글을 띄우는 한편 지난 주말에는 기숙사 건립에 반대하는 길거리 시위를 벌였다.

협의회 측은 급기야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절벽 위에서 풍선을 띄우는 실험을 거친 뒤 풍선이 보이는 높이를 감안해 기숙사 건물을 10층 이하로 설계해 달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10층 미만 건물이면 누드비치의 ‘비밀’이 보호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대학측은 “누드비치 보존을 요구하는 이들의 입장을 감안한 기숙사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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