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슬람 성직자는 “무장세력은 자신들을 저항조직(레지스탕스)으로 여기고 있는데 고이즈미 총리가 ‘테러리스트의 비겁한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일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납치집단은 당초 성직자협의회의 석방 호소에 대해 “24시간 이내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테러리스트’라고 거듭 언급하자 격분, 조직 내부에서 석방 반대론이 커졌다는 것이다. 요르단 암만에 설치된 일본 정부 긴급대책팀 책임자인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외무성 부상도 회견 때 ‘테러리스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에 집권 자민당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간사장 대리까지 정부의 이라크 파견 결정을 비판해 고이즈미 총리를 코너에 몰아넣었다.
규마 간사장 대리는 13일 한 집회에서 “미국이 이라크전을 일으켰을 때 일본 정부는 ‘이해한다’는 의사표시만 해도 충분했는데 ‘지지한다’고 했던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추종 일변도 외교정책을 편 것이 결과적으로 일본인 피랍사태로 이어졌다는 뜻이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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