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과 유럽 각국은 일제히 이스라엘의 란티시 표적살해를 비난했다. 미국은 한 달 전 하마스 창설자 아메드 야신 살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집요한 표적살해=란티시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표적살해 기도는 지난해 6월 10일에 이어 두 번째. 외신에 따르면 란티시는 17일 저녁 가자시티에 있는 자택 근처에서 차를 타고 가던 중 이스라엘 헬기로부터 로켓 공격을 받았다. 란티시의 아들 모하메드와 경호원 1명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동승했던 부인의 생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란티시에 대한 암살공격 성공을 즉각 확인했다. 우지 란다우 이스라엘 정무장관은 “테러리스트를 없애기 위해 이런 작전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000년 9월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민중봉기) 이후 이런 형태의 표적살해를 공공연히 해왔다.
▽분노한 팔레스타인=하마스 고위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에는 “그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사에브 에레카트 평화협상 수석대표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가 절실하다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아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이스라엘의 이번 테러는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 새 정착촌 정책을 지지해준 데 대한 즉각적 결과”라며 “근본적인 책임은 부시 행정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가자지구에서는 분노한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명의 가두시위가 이어졌다. 란티시의 시신이 안치된 알시파 병원 밖에는 수천명이 란티시의 사진을 들고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외쳤고 란티시가 타고 있던 차량의 잔해 주변에도 2000여명이 몰려 “복수”를 연호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상점들도 애도의 표시로 문을 닫았고 역시 수천명의 주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전 세계 이스라엘 규탄… 백악관만 옹호=유엔과 유럽 각국, 아랍권은 즉각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런 불법적 살인은 국제법 위반이며 이스라엘 정부에 즉각 이 같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영국 정부는 이른바 표적살해가 위법이며 역효과를 낳을 것임을 거듭 분명히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란티시 표적살해는 ‘국가 테러리즘’이며 이러한 행위의 반복은 중동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테러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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