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주도 이라크臨政 제구실할까

  • 입력 2004년 4월 18일 18시 4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당초 예정대로 6월 30일까지 이라크인에게 주권을 이양할 것이며 이후에는 유엔이 주도적으로 이라크를 관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이라크 사태에 대한 ‘유엔 해법’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엔 주도의 임시정부가 과연 제 역할을 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유엔이 유일한 대안?=부시 행정부의 유엔 카드 선택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군이 점령군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무장봉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합군 내에서도 이제는 유엔에 맡겨야 할 때라는 여론이 많다.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15일 “유엔이 전면에 나설 경우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17일 “유엔 이외의 대안은 이라크를 포기해 혼돈에 빠뜨리거나 이라크에 안정된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미군이 주둔하는 방안 뿐”이라면서 “유엔의 개입이야말로 현재로서는 가장 유망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임시헌법에 반대했던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도 유엔의 의사는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은 단순 관리역?=부시 대통령은 블레어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이라크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때까지 유엔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의 제안은 이라크 국민에 의해 폭넓게 수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히미 특사는 6월 30일 주권이양과 함께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를 해체하고 이라크 시아파 대표를 대통령으로, 쿠르드족과 수니파 대표를 각각 부통령으로 하는 임시정부를 구성해 2005년 1월 총선거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유엔에 얼마만큼 권한을 위임할지는 의문이다. 군사지휘권과 전후 복구사업 참여업체 선정권 등 실질적인 권한은 미국이 계속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고위 관리도 “이라크가 6월 30일 주권을 회복해도 미군 11만명이 지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대사관이 대부분의 권한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임시정부의 역할은 단지 예산안을 작성하고 향후 선거를 준비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결의안이 관건=유엔의 역할이 강화되려면 유엔 다국적군 파견 등에 필요한 새 결의안 채택이 급선무다.

하지만 유엔안보리의 다른 이사국들이 미국의 뜻대로 움직여줄지 미지수다. 프랑스 러시아 등은 이미 유엔이 독자적 지휘권을 갖지 않고 주권 이양 이후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지휘를 받게 된다면 파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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