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라크 파병, 국익이 잣대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가 다시 정치권에서 논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기존의 파병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야당측은 ‘파병안 고수’ ‘원점 재검토’ ‘철회’ 등 제각각 다른 처방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지난해에 겪었던 국론 분열의 재판(再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최근 이라크 현지 상황이 긴박해지고, 국내에선 총선을 치르는 등 파병을 둘러싼 안팎의 여건이 상당 부분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이렇듯 변화하는 환경에 정치권이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다시 불거진 파병 논의가 ‘원칙’을 저버리는 데까지 나아가선 곤란하다.

이라크 파병의 제1 원칙은 국익이다. 정부는 국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해 파병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재검토하는 데도 국익이 잣대가 돼야 한다. 이제 와서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본질이 훼손될 정도로 변경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되는 일인지 정치권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은 국회 다수당이 된 집권세력이 더 나은 대미(對美) 관계를 만드는 데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자국민이 피랍된 상황에서 이라크 내 일부 세력의 철군(撤軍) 협박에 굴하지 않은 일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일본 정부를 지지했다. 국민은 원칙을 고수하는 정부를 지지한다는 생생한 사례가 아닌가.

우리의 경우 정치권이 오히려 파병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거나 방조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17대 국회에서도 그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