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한 女權’…사우디 TV앵커 얻어맞은 얼굴공개 파문

  • 입력 2004년 4월 18일 19시 08분


평소 얼굴(왼쪽)과 폭행당한 후의 모습.
평소 얼굴(왼쪽)과 폭행당한 후의 모습.
사우디아라비아 TV 방송의 여성 앵커가 남편에게 폭행당한 얼굴 사진을 공개해 중동지역의 여권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17일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사우디 채널 1 방송의 진행자 라니아 알 바즈는 최근 남편에게 폭행당해 얼굴에 13군데의 골절상을 입고 입원했다.

수술 직후 라니아씨는 폭행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내게 일어난 일을 통해 사우디의 여성 학대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라니아씨는 6년간 가족 프로그램 진행자로 인기를 끌었다.

라니아씨의 남편 무하마드 알 팔라타는 라니아씨를 폭행한 뒤 병원으로 옮겨놓고 행방을 감췄다. 사우디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그를 추적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슬람의 종교적 전통이 강해 여성의 사회활동이 거의 없으며 여성의 생활이 외부에 노출되거나 남편이 아닌 남자와 접촉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라니아씨처럼 여성이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다.

여성은 투표권이 없으며 운전을 하거나 사업을 할 수 없고,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 여행을 할 수도 없다.

아내의 남편에 대한 복종이 남편의 권리로 인정되는 전통 때문에 남편이 부인을 강압적으로 대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많다고 BBC는 전했다. 최근에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법원에 이혼을 요구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고 BBC는 덧붙였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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