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美 사리사욕 버려야” 쓴소리

  • 입력 2004년 4월 22일 19시 01분


이라크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친미 노선을 고수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마저 미국을 향해 ‘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일 재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은 (이라크에서) 미국의 색깔을 없애야 하며 사리사욕 때문이 아니라 이라크를 위해 주둔한다는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는 “이라크 재건은 이라크인밖에 할 수 없다. 미국으로도, 유엔으로도, 일본으로도 안 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최고지도자를 표적살해한 데 대해서도 “(암살을 묵인하는) 미국에는 미국의 입장이 있지만 나는 용인할 수 없다”며 미국과의 ‘입장 차이’를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집권 자민당 내에서마저 미국 추종 외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라크 파병 국가들이 철수를 발표하는 상황에서 자위대를 계속 주둔시키기 위해 미국과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이라크 상황 변화를 계기로 정책 기조를 ‘미국 중심’에서 ‘유엔 중심’으로 바꾸려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은 21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새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을 요청하기도 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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