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있었던 자유와 전체주의간의 위대한 투쟁은 자유의 명백한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자유기업은 국가에 성공을 안겨주는 유일한 항구적 모델이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승리를 자축하는 듯 자신감에 차 있는 이 글은 최근 발간된 미국 국가안보전략 문서의 첫 문장이다. 국제금융자본을 움직이는 대표적 ‘큰손’으로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낙선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저자는 이 말이 거짓이라고 단언한다. “국가적 성공을 위한 ‘유일한 항구적 모델’이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식 모델이 다른 국가에서도 반드시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성공은 미국이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또한 미국은 이런 지위를 다른 국가에 기꺼이 양보할 의향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확고부동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동을 취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을 바라보며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단, 일부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소로스는 “자유가 있는 열린사회라면 자유와 민주주의의 의미를 미국의 지도에 따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의 이라크 점령으로 격화되고 있는 갈등은 바로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으로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공부할 때 만난 은사 칼 포퍼의 영향을 받아 ‘열린사회’를 지향하게 된 소로스는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옳고 그들은 그르다’라는 지극히 단순한 가치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것은 분명히 ‘우리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사회의 원칙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세계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부시 정부의 패권주의 추구는 미국과 세계를 모두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부시 정부의 패권주의는 소로스가 직접 관여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순환시스템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화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글로벌화에 의해 증가된 부를 불균형 및 기타 글로벌화로 인한 오류를 수정하는 데 사용하고도 여전히 추가적인 부가 남는다는 점에서 그 혜택이 비용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소로스가 주장하는 미국의 역할은 바로 세계 전체를 위해 이런 부와 힘을 조정하는 일이다.
소로스의 의도는 단지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을 낙선시키는 것이 아니다. 패권주의의 거품을 빼고 미국이 건설적이고 협력적인 정책을 통해 세계에서 보다 발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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