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가장 철저한 통제국가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가 이슬람 반정부 세력의 무장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21일 발생한 치안본부 폭탄테러는 보안당국의 감시를 뚫고 수도 한복판에서 국가 치안의 중추를 공격한 것으로 치안 상황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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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22일에는 사우디 보안군이 홍해 연안 지다에서 지명수배를 받아온 테러용의자 2명을 포함, 3명을 사살했다.
미국은 수시로 ‘믿을 만한 정보’를 근거로 사우디에서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이 아닌 사우디 정권이 목표=지난해 5월 리야드의 외국인 거주지역과 미 합작기업 건물 등에서 발생한 4건의 연쇄 자살폭탄 테러 때까지만 해도 공격 목표는 미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7명의 생명을 앗아간 폭탄테러는 수도 리야드의 왕궁에서 멀지 않은 무하야 주택단지에서 발생했다. 이어 이번엔 사우디의 치안기관이 공격당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사우디 반체제 단체인 합법권리수호위원회의 무하마드 알 마사리 의장은 “과거 지하드 단체들의 공격이 미국 시설에 집중됐다면 이번 공격은 사우디 보안시설이 타깃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이슬람 반정부 세력의 테러 목표가 더 이상 미국이 아니라 사우디 왕정 붕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우디 왕정은 9·11테러범 19명 중 15명이 사우디 출신으로 밝혀진 이후 핵심 테러리스트 26명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고 현상금을 내거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다.
하지만 반체제 인사 사아드 알 파키는 “치안본부 폭탄테러는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개월, 수년에 걸친 정부의 단속에 대응해 벌어진 것”이라면서 “이는 정부의 강경 탄압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빗나간 소수의 소행?=사우디 정부는 테러 공격이 있을 때마다 이를 ‘빗나간 소수의 소행’으로 몰아붙였다.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가 배후라는 뜻이다.
하지만 외신들은 사우디 왕정의 고질적 부패와 방만한 경제 운용, 가혹한 통제가 국민의 저항에 직면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여기에 테러단체가 편승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왕정은 1932년 건국 이후 헌법도 의회도 없는 독재로 일관해오면서 근대화에는 실패했다. 석유를 비롯한 경제정책도 잇따라 실패해 국민을 빈곤하게 만들었으며 미국에 기대어 펼쳐온 각종 정책과 외교 노선도 불만의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왕정이 반정부 세력과의 싸움에서 져 무너진다면 민중봉기가 일어나 아프가니스탄의 옛 탈레반 정권 같은 극단적 세력이 집권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사우디 보안당국의 이슬람 반정부 무장세력 단속일지▼
△2003년 9월=테러 모의하던 이슬람 무장대원 체포 작전 벌여 무장대원 3명과
보안군 1명 사망
△10월=5월 미국인 테러 용의자 3명 미국으로 인도
△11월 3일=메카에서 이슬람 테러용의자 2명 사살
△11월 6일=메카에서 이슬람 전사 2명 체포 피하려 자폭.
리야드에서 이슬람 무장대원 1명 사살. 핵심
지명수배자 26명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고 현상금
△12월 3일=11월 리야드 주택 단지 테러 용의자 체포
△12월 6일=테러 조직 탈레반과 연루 혐의로 미국인과 영국인 1명씩 체포
△12월 9일=핵심 지명수배자 이브라힘 압둘라 알 래예즈를 사살
△2004년 1월 29일=테러 용의자들과 총격전, 보안군 5명 사망
△4월 22일=지다시에서 이슬람 무장대원 3명 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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