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포교활동 현각스님, 작가 베르베르와 대담

  • 입력 2004년 4월 23일 19시 47분


파리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왼쪽) 자택에서 이루어진 현각 스님과 베르베르의 대담에서는 시공을 초월한 선문답이 오갔다.  -파리=박제균특파원
파리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왼쪽) 자택에서 이루어진 현각 스님과 베르베르의 대담에서는 시공을 초월한 선문답이 오갔다. -파리=박제균특파원
“물질세계의 미래는 어둡다. 어둠을 밝힐 영성(靈性)이 필요하다. 어쩌면 미래에 물질과 영성이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을 벌일지 모른다. 당신은 미래를 어떻게 보나.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베르나르 베르베르)

“시작을 모르는데 끝(미래)을 어떻게 알 수 있나. 당신과 내가 얘기하는 지금이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이며, 바로 지금이 희망이다.”(현각 스님)

22일 오후 프랑스 파리 15구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2) 자택 거실. 한국 선(禪)불교 포교차 프랑스를 방문한 현각 스님(40)이 베르베르와 만났다.

한국에도 많은 독자가 있는 베르베르는 정신세계와 동양철학에도 조예가 깊다. 그의 대표작 ‘개미’를 상징하는 커다란 조형물 아래서 이루어진 대담에서는 정신세계의 ‘고수’들답게 선문답이 오갔다.

▽베르베르=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관용을 담고 있다. 세계를 한 가지 방법으로 보지 않고, 모든 게 상대적이라고 보는 것이 관용 아닌가. 아인슈타인 자신도 ‘종교는 영(靈)과 물질의 세계를 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불교가 그런 종교라고 생각하지만, 불교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현각=당신과 내가 이렇게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베르베르=그런 방법으로 중국으로부터 박해받는 티베트인들을 구할 수 있나?

▽현각=티베트인들이 자신들을 박해하는 사람에 대한 미움에 집착하지 않고 그들에게 동정(同情·Compassion)을 느낀다면 어떨까?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측은하게 여기는 동정이야말로 육신의 박해를 뛰어넘는 최고의 가치다.

▽베르베르=나는 조화(Harmony)를 중시한다. 인류 역사는 수백만년에 지나지 않지만 1억년 전에 지구에 나타난 개미는 우리에게 조화를 가르쳐 준다. 붉은개미를 관찰하면 일을 능률적으로 하는 그룹과 비능률적으로 하는 그룹, 아예 놀고먹는 그룹이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조화롭게 산다. 인간은 개미 같은 지구상의 다른 ‘이웃’(생명체)과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

▽현각=당신은 컴퓨터로 사유하는 스님이다.

베르베르는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과 문학을, 하버드대에서 종교철학을 전공한 미국인 엘리트가 기독교를 떠나 한국 불교에 귀의한 배경을 궁금해 했다. 현각 스님은 “나는 아직도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비행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나는 움직이지 않는데 (사실은) 움직이고 있다”고 답했다. 19일부터 프랑스 대학생 대상 강연과 TV 출연 등을 해 온 현각 스님은 26일 영국으로 건너가 포교할 예정이다.

▽베르베르=두려워하는 게 뭔가?

▽현각=미국 공화당이다(웃음). 두려움은 습관이다. 두려움이 마음을 지나가게 하면 남는 것(두려움)이 없다. 누군가 달라이 라마에게 물었다. ‘티베트를 걱정하느냐’고.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했다. ‘티베트를 걱정한다. 그러나 그 걱정에 빠지지는 않는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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