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회원국 확대를 보는 유럽통합 회의론자들의 눈길은 차갑다. 이들은 “몸집이 커지면 결속의 질만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심지어 “EU가 아니라 ‘팍스 아메리카나’의 확대일 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중·동유럽 신규 가입국이 대부분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EU본부의 장 크리스토프 필로리 확대담당 집행위원 대변인도 “중·동유럽 나라들은 역사적으로 미국과 강하게 연계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회주의 해방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았고, 지금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산 아래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미국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갈렸을 때 중·동유럽 10개국은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10개국 대부분은 영어를 제1외국어로 사용한다. 이번 확대로 EU본부는 새 회원국에서 본부직원 3000명을 채용할 예정. 이 가운데 영어를 제1외국어로 쓰는 사람이 60%나 된다.
이런 사정은 ‘유럽통합의 기관차’를 자임해 온 프랑스와 독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두 나라가 EU 확대를 앞두고 더 밀착하는 것도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도 EU는 이라크 전후 처리와 유럽 독자 방위 문제 등 미국과 이해가 충돌할 사안이 적지 않다. 만일 EU가 내부 분열로 계속 미국에 휘둘리게 된다면 ‘경제 거인, 정치 난쟁이’라는 지금의 오명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브뤼셀=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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