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맹방은 옛 소련 동맹국들

  • 입력 2004년 4월 26일 15시 37분


미국이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지자 전통적인 동맹국 일부가 외면하는 가운데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의 적국이었던 옛 소련 구성국가들과 그 동맹국들이 오히려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25일 유럽주둔 미군 부사령관인 찰스 월드 장군을 만나 이라크 파병 규모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159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키고 있는 그루지야가 추가로 400명을 더 보내겠다는 것이다.

폴란드의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도 최근 국내의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장 이라크 주둔 병력을 철수시킬 수 없다"며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병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희생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역시 철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2400명의 병력을 보낸 폴란드와 1600명을 파병한 우크라이나는 파병 규모도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3,4번째로 많다. 현재 이라크에 파병했거나 파병을 결정한 국가는 미국을 포함해 모두 33개국. 그 중 옛 소련과 그 동맹국들이 무려 17개국이나 된다. 몰도바 마케도니아 등 경제력을 감안할 때 국외 파병이 힘든 국가도 수십 명의 병력이라도 파견하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과거의 맹주 러시아가 이라크전에 대해 부정적인데도 이들 국가들이 이라크 파병에 적극적인 이유는 이라크전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앞으로 경제 지원 등을 얻어낼 수 있는 실리 외교를 선택한 것이다.

폴란드 등에서 철군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인명 피해 우려나 전쟁 명분에 대한 회의 보다는 '파병의 대가'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데 대한 현실적 불만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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