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전 총장은 1876년 강화도조약부터 1905년 한일의정서 강제체결 때까지 외교문서와 당시 일본 인사들의 전기 등 각종 문헌을 바탕으로 일본이 어떻게 친일파를 포섭하고 조선의 내정에 간섭했는지를 밝혀냈다. 여기서 인용한 문헌 대부분은 신 전 총장이 1952∼70년 일본 체류시절 수집한 1만여종의 자료이다. 신 전 총장은 64년 일본 호세이(法政)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52년 평화신문 주일특파원으로 파견됐을 때 시노부 준페이(信夫淳平) 와세다대 교수를 만나 한일외교사를 전공하게 됐습니다. 당시는 일본이 미군정하에 있던 때라 시노부 교수의 조수 자격으로 일본 궁성과 외무성 비밀문서들을 열람할 수 있었고 사비를 털어 관련 자료를 하나 둘씩 입수했죠.”
‘근대조선정치사연구’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기 위해 ‘개화파’로 알려진 인사들 상당수를 매수했다는 일본측 기록을 제시한다.
“대한제국 정부에서 끝까지 매수되지 않은 사람은 대원군과 명성황후, 그리고 친러파의 영수였던 이용익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또 임오군란 때 일본공사관이 불탄 것은 조선군 소행이 아니라 당시 일본공사 하나무사 요시타다(花房義質)의 지시로 일본인들 스스로 석유를 붓고 불을 지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아울러 일본 정부문서가 갑오경장을 ‘갑오내정간섭’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도 폭로했다.
신 전 총장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길은 그들 자신의 기록을 통해 진실을 말하게 하는 것”이라며 “팔순이 다 된 내가 책을 펴낸 것도 후학들에게 그 자료의 존재만이라도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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