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유권자 분열’ 특집…"미국은 정치적 분단국"

  • 입력 2004년 4월 26일 18시 42분


“미국은 정치적 분단국이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50 대 50으로 나뉜 채 ‘양극화 현상’이 굳어지고 있어 2000년 대선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미국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 2001년 9·11테러,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 등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진 사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도는 사건 때마다 일시적으로 변했다가도 곧 원상태로 돌아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5, 26일 잇달아 미국의 정치적 분열에 관한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유권자들이 이념적, 문화적으로 비타협적인 보수와 진보라는 두 진영으로 갈라져 ‘분리(segregation)’ 수준까지 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만 의견을 교환하며 심지어 사는 지역까지도 같은 경향을 보일 정도라는 것.

유권자들의 양분은 민주, 공화 양대 정당의 선거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두 정당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얻기 위해 새로운 주제를 내세우는 대신 특정한 인구 집단을 겨냥한 메시지에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지지자들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 18개 주에만 선거운동을 집중하고 있다.

한스 노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정치학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중도(moderate)’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미국은 강력한 보수와 진보 입장으로 양극화돼 있다”고 진단하고 “몇 세대 만에 처음으로 유권자들의 철학적 노선과 정당 노선이 일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인스 김펠 메릴랜드대 교수는 “인구 이동이 잦은 미국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이동함으로써 개인과 가족 단위로 자발적인 ‘정치적 분리’에 참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냉전시대에 미국은 잠재적인 적에 대항해 단합할 필요가 있었지만 옛 소련 붕괴 이후 평화시대가 찾아오면서 중도주의를 약화시킨 것도 정치적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케이블TV와 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이념적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의견을 교환하고 전파하는 것이 용이해진 것도 이념 분화의 요인으로 꼽혔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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