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역대 6번째 장수총리 기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6일로 취임 3년을 기록했다. 내각책임제로 단명 총리가 많은 일본에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6번째 장수 총리에 든다.

앞으로 더 집권할지는 7월 참의원 선거에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이라크 치안이 나빠지면서 자위대 철수론이 자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어 희생자가 생기면 선거 이전에라도 당내외의 압력 때문에 퇴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5일 3곳에서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완승한 것을 보면 돌발변수가 없는 한 그가 당분간 자민당 총재와 총리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총리 자리를 넘볼 만한 인물이 없다고 지적한다.

‘헨진(變人·별종)’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그는 역대 총리와는 다른 말, 다른 행동으로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제 사정이 나쁘던 2001년 4월 그는 ‘성역 없는 개혁’을 외치며 등장해 한때 8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3년간 개혁성과가 미미해 현재 지지율은 50%대로 낮아졌지만 그래도 역대 장수 총리들의 재임기간 중 최고 지지율을 웃도는 높은 수준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민이 개혁 노선을 지지하고 있다”며 흡족해한다. 하지만 그의 개혁 의지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대는 다소 시들해졌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은 그의 재임 3년을 총평하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최대 해악은 진심으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말뿐인 개혁에 대한 비판이다. 최근에는 장관 3명이 국민연금을 미납한 사실이 밝혀져 연금 등 각종 제도의 개혁을 외쳐온 ‘개혁 내각’의 허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탁월한 ‘깜짝 쇼’ 능력도 장수 비결의 하나로 거론된다.

총리 후보 반열에 드는 8선급, 60대가 주로 맡던 자민당 간사장 자리를 40대의 3선 의원한테 맡기거나 국민이 싫어하는 국회의원 전용 연금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한 최근 발언이 단적인 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반대해 폐지 방침은 바로 흐지부지되었지만 ‘역시 고이즈미는 다르다’는 생각을 일반인에게 심어주는 선전용으로는 그만이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