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東 최악의 독가스테러 모면…"성공땐 8만명 사망"

  • 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21분


황산 등 화학물질이 가득 찬 용기들이 26일 요르단 TV에 방영됐다. 요르단 당국 발표에 따르면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은 이 화학물질과 폭약 20t으로 화학 테러를 시도하려고 했다. -AFP 연합
황산 등 화학물질이 가득 찬 용기들이 26일 요르단 TV에 방영됐다. 요르단 당국 발표에 따르면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은 이 화학물질과 폭약 20t으로 화학 테러를 시도하려고 했다. -AFP 연합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조직이 처음으로 폭탄이 아닌 화학물질을 이용한 테러를 시도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테러가 성공했다면 최대 8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돼 중동은 사상 최대의 테러 위기를 넘겼다.》

▽최악의 화학 테러 저지=요르단 정부는 26일 알 카에다와 관련된 무장세력의 테러 공격을 저지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요르단과 시리아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황산 등 화학물질과 폭약 20t을 실은 트럭으로 수도 암만에 있는 주요르단 미국대사관, 요르단 총리 공관, 요르단 정보부를 공격할 계획이었다.

요르단 당국은 20일 이들 조직을 급습해 4명을 사살하고 6명을 체포했다. 당국은 트럭 4대와 폭약 및 화학물질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요르단 당국은 만약 이 테러가 성공했다면 해당 건물들이 초토화되는 것은 물론 반경 2km 내에 거대한 독가스 구름이 생성돼 이 가스로 8만명이 사망하고 16만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건 성향’ 요르단 공격으로 전쟁 유도=요르단 국영 TV는 이날 체포된 테러리스트들의 자백 진술을 20분에 걸쳐 방영했다.

아즈미 제이유시라는 테러 용의자는 자신이 알 카에다와 연계된 요르단 출신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위 알 자카위와 관련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이유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카위를 처음 만난 뒤 이라크에서 다시 만나 요르단에서 테러를 일으킬 것을 명령받았다고 자백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중개인을 통해 자카위가 제공한 테러 자금 17만달러(약 1억9500만원)를 받았다고도 했다.

요르단 정부 발표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들은 2개월에 걸쳐 비밀 실험실에서 폭약과 화학 물질을 제조했다. 이들의 임무는 요르단 왕실을 공격해 중동에서 ‘이교도’에 대한 이슬람 전쟁을 촉발하는 것이었다.

요르단은 중동 국가 중에서도 미국과 관계가 긴밀하며 이스라엘과도 평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온건 중도’ 국가여서 수시로 알 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테러 단체들의 공격 대상이 돼 왔다.

▽자카위 “해상 테러도 우리 소행”=알 카에다와 연계된 국제 테러리스트로 미국 등의 추적을 받고 있는 자카위는 미군 3명이 사망한 이라크 남부 원유터미널의 24일 자살 보트 폭탄테러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자카위는 한 이슬람 웹사이트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 형제들이 선박을 타고 2000년 미국 구축함 콜 호를 공격했던 것처럼 원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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