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는 치안 유지를 위해 연합군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며 “연합군이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선 주권 일부를 넘겨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월 장관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추진 중인 새 유엔 결의안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26일 교도통신, DPA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주권 이양 이후에도 이라크 점령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 결의안 통과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권 이양 이후 모호해질 가능성이 있는 연합군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 연합군이 계속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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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결의안에는 또 유엔의 대량 살상 무기 사찰기구를 해체하고 대량 살상 무기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미국이 스스로 작성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라크 임시 헌법의 상당 부분을 폐기하려는 내용도 있어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반발이 예상된다. 임시 헌법은 지난달 과도통치위와 미국이 논란 끝에 채택한 것. 미국이 임시 헌법의 일부를 폐기하려는 것은 과도통치위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과도통치위의 한 관계자는 “이라크의 주권과 관련해 미국이 일정 권한을 갖겠다는 파월 장관의 주장은 비논리적”이라고 반발했다. 마수드 바르자니 과도통치위 의장은 “미군은 꼭 점령군처럼 행동한다”며 “우리는 해방군이 점령군으로 변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군 주도 연합군은 26일 밤 이라크 나자프 외곽에서 공중폭격을 가하며 대규모 공격을 벌여 시아파 저항세력 43명을 살해하고 대공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연합군 대변인이 27일 밝혔다. 대변인은 무장 헬리콥터가 참여한 가운데 수시간 교전이 계속됐다고 밝혔으나 자세한 교전 상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미군과 무크타다 알 사드르 민병대는 나자프에서 10km 떨어진 쿠파 지역에서 교전을 벌였다.
이날 전투는 화학무기 생산 장소로 의심돼온 바그다드 소재 한 공장에 미군이 진입한 뒤 폭발이 발생해 미군 병사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한 직후 시작됐다. 앞서 팔루자에서는 휴전 연장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수니파 게릴라의 공격으로 전투가 벌어져 미 해병 1명과 저항세력 8명이 숨졌다. 알 사드르는 “공격을 받으면 자살 부대를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불안한 휴전을 이어오던 이라크 전역에서 또다시 교전과 테러가 반복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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