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계 연금미납 스캔들…거물급 각료7명 무더기 적발

  • 입력 2004년 4월 29일 18시 42분


고위 공직자들의 ‘연금미납 스캔들’이 일본 정계를 강타했다.

일본 정부가 연금재정 개선을 위해 보험료를 늘리고 보험급여액은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직 각료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료를 미납한 사실이 드러난 것.

특히 현 정권의 2인자격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까지 보험료를 체납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후쿠다 장관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비롯해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재정금융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오키나와·북방담당상이 보험료를 내지 않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연금 미가입이 들통 난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무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청장관을 합하면 현 각료 18명 중 7명이 국민연금 납부 의무를 지키지 않은 셈이다.

정부의 연금정책을 비판해 온 민주당측도 이날 “자체조사 결과 간 대표가 후생상으로 재직하던 96년에 10개월간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일본의 국민연금은 20세 이상 60세 미만의 자영업자와 학생 등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은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연금 가입과 보험료 납부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 미납률이 37.2%(2002년 기준)까지 상승함에 따라 연금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지적이 많았다.

일본 언론은 ‘연금 스캔들’로 물의를 빚은 각료 중 대학교수 출신인 다케나카 재정금융상을 뺀 6명이 집권 자민당 내에서 차기 또는 차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화려한 언변으로 국회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맞대결을 펼쳐온 간 대표도 정치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해당 각료들은 ‘행정상의 단순 실수’ ‘연금제도가 복잡한 탓’ ‘가입대상인 줄 몰랐다’는 등의 이유를 댔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마이니치신문은 “각료와 야당 대표가 자신들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서 국민 부담을 늘리는 데에만 골몰한 것은 국민을 바보로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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