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지난해 9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WMD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조치를 촉구한 지 7개월여 만에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아우르는 국제 통제체제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날 채택된 유엔 결의 1540호는 유엔헌장 7조에 의한 강제 규정이기 때문에 위반국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 결의는 “모든 국가는 비국가 행위자가 WMD나 그 운반수단을 획득, 사용, 이전하는 것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를 위해 WMD 통제를 위한 국내 입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앞으로 6개월 안에 안보리에 보고해야 한다.
‘비국가 행위자’는 국가 이외의 행위주체로, 특히 테러리스트나 국제 무기 암거래 조직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각 회원국의 보고사항을 취합하고 결의 이행사항을 안보리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게 될 ‘회원국 전원위원회’가 안보리 산하에 구성돼 2년간 활동하게 된다. 향후 추가 결의에 따라 이 위원회 활동기간 연장도 가능할 전망.
지금까지 핵확산금지조약(NPT),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생물무기금지협약(BWC) 등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개별적으로 금지하는 조약과 통제체제는 있었지만 운반 수단과 관련 물질까지 포함해 WMD를 포괄하는 통제체제는 없었다.
또 기존 WMD 관련 조약들은 개별국가 또는 국가간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테러리스트 등 비국가 행위자를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결의안은 그 사각지대를 없애는 의미가 있다고 유엔 외교관들은 해석했다.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연루된 국제 핵무기 암시장 조직은 이런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칸 박사는 이란 리비아 북한에 핵무기 제조 비밀을 건네주었다고 2월 시인한 바 있다.
이날 결의안 채택은 핵 보유국인 5개 상임이사국의 6개월에 걸친 협상에 따른 것이다.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 등 10개 비상임이사국의 찬성을 얻어내기 위해 결의안 내용은 그간 3차례 수정됐다.
파키스탄의 무니르 아크람 유엔대사는 자국이 핵무기 등의 확산방지에 노력해왔는데도 안보리가 ‘예외적인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은 당초 유엔헌장 7조에 따른 강제규정으로 만드는 데 반대하다 안보리가 아닌 각 회원국이 국내법으로 이를 통제한다는 내용으로 결의안이 수정되자 이날 찬성했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비국가행위자▼
국제관계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 이외의 행위 주체를 말한다. 국경을 초월하는 자본투자, 무역거래, 노동력 이동 등 상호의존 관계가 심화되면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 유엔결의안이 지칭한 비국가행위자는 이 가운데 국제사회의 안보에 위협요인이 되는 테러집단이나 국제 무기 암거래조직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비국가행위자인 테러집단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방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이 핵기술 확산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특히 국제 암거래시장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충격적인 활동상도 이번 결의안의 배경이 됐다. 북한도 암거래시장에서 칸 박사로부터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의 필수장치인 원심분리기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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