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원자바오, 그린스펀 뺨친다

  • 입력 2004년 4월 29일 18시 45분


‘중국발 경제 쇼크’ 가능성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미 예견돼 온 것이었다. 중국 경제가 급팽창하면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자리 잡은 까닭이다.

지난해 중국의 총수입액은 4128억달러로 전년보다 39.9%나 늘었다. 이에 따라 국가별 수입액 순위도 일본과 영국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중국의 수입이 늘면서 세계 각국의 중국 의존도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경제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총수출은 4.7% 늘었지만 대(對)중국 수출은 33.3%나 급증했다. 이 때문에 일본 경제의 회복은 중국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인당 소득이 중국의 40배에 이르는 일본이 아시아 지역의 리더 자리를 중국에 넘겨줬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의 위협 없이 순항했던 것도 중국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이 저가 공산품을 대규모로 쏟아내면서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난해 수출 규모는 4384억달러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원자재 파동의 주범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전년보다 25% 늘었다. 전 세계 원자재 소비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3년 7∼10%였지만 10년 뒤인 2003년에는 20∼25%로 상승했다.

시멘트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50%를 소비했으며 철강은 36%, 원유 생산 증가량의 35%가 중국으로 흘러들었다.

여기에 중국으로 향하는 운송 화물이 늘면서 해상 운임도 지난해 2.8배(벌크선 기준)나 올랐다. 또 선박과 항만 부족으로 각국 해운사들의 운항 일정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린스펀 효과’가 중국 고위 관료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반응하는 것처럼 중국의 고위 관료들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는 것.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과열 억제론’에 세계 증시가 크게 요동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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