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中총리 한마디에 한국경제 휘청

  • 입력 2004년 4월 29일 18시 45분


고속질주를 해 온 중국이 엔진과열로 인해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심각한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중국 정부가 은행들에 대해 신규대출을 중단토록 지시하면서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가 현실화하면 대(對)중국 수출에 의존해 온 한국 경제는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으로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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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쇼크’ 국내금융 강타

▽세계 경제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중국 경제=중국의 긴축정책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금융기관의 마구잡이식 대출과 이에 따른 무분별한 투자는 경기 과열을 불러왔다.

올해 1·4분기(1∼3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7%로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치인 7%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고성장률을 나타낸 것은 설비투자 급증에 기인한다.

29일 주식시장이 ‘차이나 쇼크’로 폭락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긴축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다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이어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6.42포인트, 코스닥주가지수는 22.66포인트 급락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 있는 블룸버그 한국지사에서 한 직원이 주가 그래프를 주시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중국은 특히 철강 시멘트 자동차 등의 과잉설비투자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 내 시멘트 회사는 4813개, 자동차 회사는 100개에 이른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2억2000만t으로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문제는 이런 투자 과열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올해 2월까지 철강 부문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3%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경기 과열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해 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재 중국 당국이 취할 수 있는 강력한 긴축조치로는 금리 인상과 위안화 평가절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최근 몇 년 동안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가파르게 높아졌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12.1%에서 올 1·4분기 18.6%로 높아졌다.

지난해 한국이 해외에 투자한 돈 가운데 37%가 중국으로 향했다. 그만큼 중국 리스크에 심하게 노출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한국의 지나친 중국 의존도에 대한 경고음도 이어졌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최근 “중국이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펼칠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은 과도한 수출 의존도와 취약한 내수로 인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하면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수출마저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소비와 설비투자가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어 대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수출마저 곤두박질치면 경제는 깊은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착륙 대비해야 한다=한국으로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 정부가 과도한 긴축정책을 사용할 경우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어 경착륙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은행들을 통해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을 회수하면 기업의 부실이 늘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동시에 기업 부실이 은행 부실로 이어져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급격히 줄게 된다.

강호인(姜鎬人)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중국의 경기 과열 억제 전망이 겹쳐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증폭됐다”며 “중국이 지나친 경기억제책을 동원하면 금융부실의 증가와 경기 경착륙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상은(鄭常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의 폭발적인 투자수요에 힘입은 바 크다”며 “현재 진행 중인 건설공사 등이 끝나는 하반기쯤 되면 한국의 수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의 투자 감소에 대비해 현재 자본재와 중간재 위주로 이루어진 대중국 수출품목을 소비재 위주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기업들도 중국 내 소비재 판매가 늘 수 있도록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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