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유럽연합(EU)에 새로 가입하는 동유럽 국가의 공통적인 심정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들 국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안보. EU 회원국이 돼서도 주권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합보다 자주=10개 새 회원국 대부분은 지난해 2월 독일 프랑스 러시아가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반대한다고 천명하자 화들짝 놀랐다. ‘예비 회원국’인 자신들에게는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고 결정했기 때문.
한 폴란드 외교관은 “세 정상이 손을 맞잡은 사진은 동유럽 국가들이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며 “EU에 가입하면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 회원국 대부분은 인구가 적은 데다 러시아 독일 등 강대국의 압제와 간섭을 받은 경험이 있어 자주성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외교 문제를 다수결로 처리하도록 한 유럽헌법 초안에도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 셰플린 런던대 교수는 “새 회원국들은 과거의 억압을 연상시키는 상황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기존 회원국들이 얼마나 경제지원을 하느냐에 따라 EU 정책에 대한 새 회원국들의 지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U냐, NATO냐=새 회원국들은 당분간 EU 회원국보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이라는 데 더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NATO가 러시아의 서진(西進)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
에스토니아의 한 외교관은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은 EU가 아니라 NATO”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3국은 NATO에 가입하면서 전투기의 영공 초계비행 같은 대(對) 러시아 보호막까지 요구할 정도다.
EU의 동쪽 경계를 ‘철의 장막’으로 고착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은 EU의 문턱이 높아지면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 잠재 가입국들의 정치 경제적 불안정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새 회원국들은 미국에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을 도와 보스니아와 코소보는 물론 아프가니스탄에도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미국의 지원으로 옛 소련에서 독립한 데 대한 보답의 성격이다. 그러나 친미 성향이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오스트리아 폴 루이프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새 회원국들은 미국의 지배권과 독일-프랑스의 헤게모니 중에서 어느 것도 선택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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