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내세우곤 있지만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으로서는 복병을 만난 셈이어서 이라크 해법은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3자동맹 결성’추진=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독일을 방문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이날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회담을 갖고 3자동맹 결성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사태가 이제는 유엔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이라크의 완전한 주권회복이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페인 정부가 이라크의 민주화와 재건 및 신속한 주권이양을 위한 외교적 해결에 노력하며 조만간 새로운 유엔결의안이 마련되면 스페인이 독일 프랑스와 긴밀한 협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슈뢰더 총리도 독일과 스페인 프랑스가 ‘훌륭한 협력’을 해왔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한편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는 6월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주권이양을 준비하기 위해 5월 말까지는 이라크 과도정부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상황=이라크 주둔 미군은 28일 밤에도 AC-130 공격기와 헬기를 동원해 수니파 거점 도시인 팔루자에 대한 이틀째 공습에 나섰다. 미군은 저항세력과의 협상 일정을 제시하면서도 협상 실패시 대대적인 압박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미군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무기를 사용할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어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팔루자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팔루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재천명했다.
이에 대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미군이) 점령국 주민에게 폭력적인 군사력을 사용하면 사태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한 뒤 미군과 저항세력 모두에 자제와 대화를 촉구했다.
미군이 팔루자와 나자프 등 이라크 도시 두 곳을 포위하면서도 추가 진격이나 철수를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한 가운데 이번 주말이 이라크 사태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선 일요일인 30일에 이어 5월 1일은 노동절, 2일은 예언자 마호메트의 탄신일인 ‘마울리드 안 나비’ 성일(聖日)로 사흘간의 연휴가 지속된다.
수니파가 마호메트 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해 미군에게 휴전을 요청하고 미군도 이를 감안해 공세를 일시 중지한다면 대치상태를 중지시킬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그동안의 각종 테러사건이 이슬람의 경축일을 맞아 이뤄졌다는 점에서 낙관만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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