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평화대두(平和擡頭·중국어로는 허핑줴치·和平굴起·평화적으로 우뚝 일어선다)란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1978년부터 형성된 개념이다.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 평화대두론을 둘러싼 논의가 중국 내에서 부쩍 활발해졌다.
1990년대 들어 중국의 발전이 두드러지면서 국제사회에는 ‘중국위협론’이 확산됐다. 평화대두론은 그런 위협론의 부정적 측면을 잠재우려는 의도에서 제기된 측면도 있다.
“평화와 대두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합이 가능하다. 역사상 대국의 대두는 국제질서 교란과 평화에 대한 위협을 의미했지만 중국의 대두는 이 법칙을 깨뜨릴 것이다.”
정 이사장은 이렇게 주장하며 문답에 응했다.
―최근 고조되는 대중(對中) 보호주의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중국은 여전히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이나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세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의식주 문제가 해결돼야 예절을 차리는 법이다. 경제발전이야말로 평화의 초석이며, 타국과의 평화도 뿌리를 내리게 한다.”
―중국의 성장은 세계의 석유자원을 독점해 환경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어떻게 해결할 작정인가. 게다가 중국은 평화를 발전을 위한 수단 또는 방편으로 여기는 것 같다. 아직은 힘이 없으니까 세계질서의 현상 유지를 바란다는 것인가.
“글로벌화한 상황에서 중국은 세계와의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심화하고 있으며 아시아와의 경제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평화를 촉진한다.”
―중국의 장기적인 세계질서관은 ‘상호 의존’이 아니라 ‘다극화’가 아닐까. 미국을 약화시킨 뒤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중국의 평화대두 전략이 봉착해 있는 최대 장애물은 미국과의 관계다.
중국은 옛 소련과는 다르다. 세력권도, 배타적 무역블록도 만들지 않았다. 제3국 또는 동맹을 염두에 둔 안전보장기구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신(新)냉전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그러나 대만에 대한 대응 수순에 따라서는 대미관계가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다.
평화대두론의 진짜 사각(死角)은 중일 관계일지도 모른다.
중국의 한 참석자는 “중국이 근대사에서 형성된 피해자 의식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대국(大國)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19세기 이후 타국의 침략을 받고 식민지로 전락해 느꼈던 굴욕이 오늘날 복수심과 배타적 민족주의로 연결되는 것을 우려한 발언이다.
일본은 종종 그런 감정의 배출구 역할을 해 왔다. 중국 고위 관리는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고속철도 안건은 본래 기술과 경제의 문제인데도 ‘일본의 신칸센(新幹線)’이라는 정치적, 감정적 문제가 돼 버렸다. 중국 지도부에 일본은 정치적 터부에 가까운 존재다”라고 털어 놓았다.
중국 평화대두론의 실현은 국제사회가 중국의 대두를 이성적이면서도 호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국제사회는 새로운 개념의 대중 평화공존 전략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이는 중일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은 서로간의 정치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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