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메리카학회 목요강좌 ‘한국인이 본 미국의 전통가치’

  • 입력 2004년 4월 30일 18시 04분


강연에 나선 박정신 교수는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나 ‘칭송’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감성의 늪을 벗어나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영한기자
강연에 나선 박정신 교수는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나 ‘칭송’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감성의 늪을 벗어나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영한기자
“19세기 말 조선에 들어온 미국 선교사들이 자기들의 문화는 우월하고 조선의 문화는 열등하다고 여기는 오리엔탈리즘에 젖어 있었다고 비판한다면 이는 선교사들이 인간이 아니라 ‘천사’여야 했다는 비현실적 기대감에 빠져 있는 겁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미국 공보원 자료정보센터에서 열린 ‘제27회 미국학 목요 공개강좌’. 첫날 강사로 나온 박정신 교수(숭실대·한국사)는 “미국을 환상이 아니라 현실의 역사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한말 외국인 선교사들과 미국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한 박 교수는 19세기 복음전파의 사명을 띠고 한국 땅을 밟은 미국 선교사들에 대해 ‘오만한 제국주의자’라고 비판한다면 이는 그들에게 지나친 기대를 거는 ‘사대주의’ 또는 ‘열등의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인 선교사들이 어떤 의도로 들어왔든 그들이 가져온 미국의 ‘수평적 가치’와 당시 한국의 ‘수직적 질서’가 만나 갈등이 생겼고, 그 파장으로 인해 우리의 정치 사회 문화가 재구성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 역사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강좌는 한국아메리카학회(회장 이주영·건국대 교수·서양사)가 1978년부터 매년 거르지 않고 개최해 온 것. 올해 강좌의 주제는 ‘한국인이 본 미국의 전통적 가치’로 27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이 회장은 “그동안은 미국을 한국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주류문화를 우리의 시각으로 재검토해 볼 수 있도록 공개강좌의 주제를 잡았다”고 말했다.

후속 강좌의 주제는 △6일=소수자 우대정책의 찬반논쟁에 관한 주요 쟁점들(서현진 숭실대 강사·정치학) △13일=기독교 근본주의와 미국정치(최명덕 건국대 교수·신학) △20일=뉴트 깅리치, 공화당, 그리고 전통적 가치(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등 미국 신보수주의에 관한 쟁점들이다.

최명덕 교수는 “최근 미국 사회 내에서 소수자 보호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산층 백인들을 잘 이해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건국정신으로 돌아가자’며 기독교 근본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의 정서를 ‘광신’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 중산층 백인들이 아래로는 흑인들을 비롯한 소수자들을 위해 세금을 내느라 자기 자식은 대학에도 못 보낼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위로는 ‘생각은 좌파로 하면서 생활은 우파로 호사스럽게 하는’ 진보적 대법원판사 대학교수 등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마지막 강좌에는 영화 ‘칼라퍼플’의 원작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흑인 여성작가 앨리스 워커를 초청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듣는다.

29일에는 미국아메리카학회 회장인 에이미 카플란 교수(펜실베이니아대·문학평론)가 특별 강연한다. 진보적 성향의 학자로 알려진 카플란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제국의 팽창에 관한 문제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02-450-3395, www.asak.or.kr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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