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포로 학대사건 일파만파

  • 입력 2004년 5월 3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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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사건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랍권은 포로 학대사건을 계기로 반미, 반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며, 두 나라 군대의 비윤리적 행위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영국 정부의 정치적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학대 사진 추가공개 시사=미국의 폭로전문지 드러지리포트는 2일 영국 일간 데일리 미러에 포로 학대 사진을 제공한 영국 병사들이 또 다른 수백 장의 사진을 동료들과 돌려봤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포로를 곤봉으로 공격해 팔에 복합 골절상을 입히기도 했다는 것. 수백 장의 사진은 곧 공개될 예정이라고 드러지리포트는 전했다.

고문을 받았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알 마흐디 민병대원인 알 슈웨이리(30)는 "포로 학대가 발생한 아브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전기고문 등을 받았다"며 "미군들에 의한 성적 모욕보다는 후세인 시절의 고문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좌불안석 부시진영=포로 학대 파문이 확산되자 백악관은 11월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즉각 의회 차원의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미 의회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민주당 칼 레빈 상원의원은 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첫 조사는 군이 담당하더라도 의회 차원의 별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로 학대는 처음부터 미군 지휘부에 보고됐으며 군 수뇌부가 알고도 방조 또는 은폐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10일자)는 군 교도소 책임자였던 제니스 카핀스키 준장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군 지휘부는 내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그의 말을 인용했다.

▽분노하는 아랍권▽

이슬람학자협회는 2일 "철저히 조사해 전쟁범죄로 다뤄야 한다"고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서방인들의 비열한 행동'이라는 비난과 함께 미군과 영국군 즉각 철수 요구가 나왔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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