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크니프다. 독일 태생 요리사인 그는 오래전 싱가포르에 정착해 ‘아시아 퀴진’이라는 구어메 잡지를 발행하면서 8년 전 ‘월드 구어메 서밋(세계 미식가 대회)’이라는 음식 이벤트를 싱가포르정부관광청과 함께 창안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97년 4월 ‘싱가포르 푸드 페스티벌’에서다. ‘구어메 사파리’라는 기상천외한 식도락투어였는데 여기에 그는 음식 해설가로, 기자는 취재를 위해 참가했다. 참가비 250싱가포르달러짜리의 이 투어는 전용 트롤리버스를 타고 식당 4곳을 차례로 돌며 네 코스의 디너를 밤늦게까지 즐기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식당순회형 식도락 투어였다.
첫 식당은 옛 수녀원을 식당가로 고친 ‘차임즈’라는 곳이었다. 캘리포니아 레스토랑에서 노르웨이 산 연어 전채를 와인과 함께 맛본 뒤 리틀인디아(인도인 밀집지역)의 인도식당, 클라크 키의 태국식당을 거쳐 더 리젠트(호텔)의 프랑스풍 식당에서 코냑과 아이스크림, 커피로 디저트를 즐기는 코스였다.
무려 6시간이나 계속된 음식 사파리. 지루한 줄 몰랐다. 매번 요리사가 테이블을 찾아와 조리법과 재료를 소개하고 선택한 와인과 어울림도 설명했다. 크니프씨는 해설자로서 손님과 요리사 사이에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7년 후. 싱가포르 푸드 페스티벌(www.singaporefoodfestival.com)과 함께 열려 온 월드 구어메 서밋은 올해부터 단독으로 매년 4월에 2주 동안 열리는 싱가포르의 간판급 행사로 거듭 태어났다. 그간 지구촌 미식가와 요리사, 레스토랑과 와인메이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 관심을 끌어 모은 덕이다. 싱가포르 푸드 페스티벌은 7월로 옮겼다.
크니프씨의 아이디어, 싱가포르정부관광청의 탁월한 기획과 마케팅의 완벽한 조화에 힘입어 세계 최고의 식도락 이벤트로 발전한 올 월드 구어메 서밋(4월 19∼30일). 이 행사를 취재하면서 기자는 싱가포르 정부가 싱가포르를 ‘세계 음식의 수도’로 만들겠다던 야심 찬 계획이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렇게 감히 말한다. “맛을 즐기는 이라면 싱가포르로 가라. ‘월드 구어메 서밋’과 ‘싱가포르 푸드 페스티벌’을 다녀오지 않고서는 미식가라고 말하지 말라”고. ●싱가포르 푸드 페스티벌 올해부터는 7월로 옮겨 7월 한 달간 치러진다. 월드 구어메 서밋이 식도락을 즐기는 미식가와 와인메이커, 고급식당의 음식 관련 비즈니스까지 포함한 고급 식문화 행사라면 싱가포르 푸드 페스티벌은 모든 사람이 두루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식도락 행사라 할 수 있다. 올해로 11회를 맞는다. 지난해 행사를 통해 행사 내용을 살펴보자. 주롱 새 공원에서는 홍학 등 연못에 모여 사는 새들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새들과 아침을’, 야간에 개장하는 나이트 사파리에서는 트램(코끼리열차)을 탄 채로 칵테일과 캔들 라이트 디너를 하면서 야행성 동물을 관람하는 ‘구어메 사파리 익스프레스’가 있다. 과일 중의 과일이라는 두리안까지 맛보는 식스코스 중국디너 ‘과일의 제왕’, 칵테일은 케이블카를 타고 상공에서, 만찬은 바다와 센토사 섬이 내려다보이는 페이버산 전망대에서 즐기는 ‘선셋 로맨스@마운트페이버’, 동남아 음식의 필수 양념인 생강을 주제로 한 ‘글로리우스 진저’ 등이 있다. 한 달간 100여개의 음식행사가 곳곳에서 쉼 없이 펼쳐진다. 여러 식당을 전전하는 구어메 사파리도 마련된다. 축제 기간의 식도락 행사는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해야 한다. 인기 있는 행사는 조기 만료되므로 서둘러야 한다. △홈페이지=www.singaporefoodfestival.com
싱가포르=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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