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경제이야기]홍권희/코카콜라“CEO 모시기 힘드네요”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25분


코카콜라가 최고경영자(CEO)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작년 10월 CEO인 더글러스 대프트(61)가 사의를 표하며 2인자 스티븐 하이어 사장을 후계자로 추천했지만 이사회는 대프트씨의 사의는 받아들이고 후임자 추천은 거부했다.

이사회 CEO 물색위원회는 두 달여 동안 후임 CEO를 찾아 나섰다. 문제는 후보로 꼽힌 사람들이 모두 “싫다”는 반응을 보인 것.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질레트의 제임스 킬츠 CEO는 한 달간 검토한 뒤 “더 이상 고려하지 않겠다”며 물러났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켈로그 회장, 로버트 에커트 마텔 회장 등은 공개적으로 “관심 없다”고 했다.

킬츠 CEO는 “이사회가 너무 세다”는 불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의 경영 간섭을 꼬집는 소리도 들린다. 이사회는 물론 사외이사들이다. 코카콜라 이사회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16명의 이사 중 대부분이 유력기업의 회장 겸 CEO이며 전직 CEO, 전직 상원의원, 교수가 일부 있다.

막강 이사들과 함께 일한 CEO는 누구였나. 16년간 이 회사를 이끌며 코카콜라를 세계적인 청량음료로 키운 로베르토 고이주에타는 ‘전설적인 CEO’로 꼽힌다. 그가 1997년 갑자기 사망하자 이사회는 그가 점찍어놓은 후계자 더글러스 이베스터를 CEO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베스터씨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워런 버핏과 투자은행가인 허버트 앨런 등 이사들의 신임을 얻지 못해 2년밖에 견디지 못했다.

그 다음 CEO였던 대프트씨는 몇 가지 경영 실패를 기록 중이다. 2000년 말 스포츠음료 게토레이를 만드는 퀘이커 오츠사를 157억여달러에 매입하는 방안을 이사회에 상정했으나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러자 경쟁기업인 펩시가 이 회사를 덥석 물었다. 이 사례는 미국 경영대학원의 케이스 스터디로도 등장할 정도다.

CEO 물색위원회가 4일 발표한 CEO 후보는 코카콜라 퇴직자인 네빌 이스델(60). 올여름 취임해 이사회를 설득해가면서 러시아 중국과 같은 커가는 시장을 찾아내고 새 제품을 개발하는 등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CEO로서의 역할을 다 할지 관심거리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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