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총리 언론장악 시도 항의…국영방송 사장 4번째 사임

  • 입력 2004년 5월 5일 19시 00분


이탈리아의 유일 국영 TV 및 라디오방송사인 RAI의 루시아 아눈지아타 사장이 4일 총리의 언론 장악 시도에 항의해 사임을 발표했다.

아눈지아타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곧 있을 RAI 이사회 인선에서 자기 사람들을 대거 포진시켜 국영방송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2001년 6월 베를루스코니 총리 집권 이래 사임한 RAI 사장은 이번이 4번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01년 총선에서 연합정당을 승리로 이끈 뒤 이탈리아 정부사상 최장수 집권기록(1059일)을 4일 수립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집권당이 다수인 이탈리아 의회는 RAI의 사유화를 일부 허용하고, 개인 기업이 방송국을 2개 이상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언론법을 통과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언론법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개인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은 지난주 공개보고서를 발표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총리 한 사람의 손아귀에 정치 경제 언론의 힘이 집중되고 있으며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모든 TV 채널을 장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AC밀란’ 구단주이기도 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00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개인 자산 순위에 140억달러로 세계 14위 부자에 오른 바 있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 3대 민영방송, 잡지 ‘파노라마’, 인터넷 미디어그룹 ‘뉴미디어’, 영화제작 배급사 ‘메두사’, 전국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 등을 소유한 이탈리아 최대의 재벌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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