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집약되는 ‘팀’은 노련하게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을 이끌며 속전속결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전후복구 작업도 순조롭게 끝맺겠다”는 이들의 호언장담에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기대는 깨지기 시작했다.
타임 최신호(17일자)는 ‘공개적인 실랑이만은 피하자’는 드림팀의 불문율이 깨졌으며 상대방에 대한 불편한 감정마저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국방부와 대립해 온 국무부는 공개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파월 장관의 최측근인 래리 위컬슨은 남성전용 잡지 GQ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럼즈펠드 장관에 대해 “파괴적 오만함이 상상을 넘어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파월 장관은 전 세계를 돌며 사과를 하고 피해 대책을 세우는 역할에 지쳐 있다”고 비아냥댔다.
국방부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던 백악관마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과 국방부가 화염에 휩싸였다(in flames)”고 사태의 심각성을 비유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인사들은 “파월 장관이 신속히 중동으로 가 수습에 나섰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무부측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0일 국방부를 방문해 럼즈펠드 장관이 옆에 서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생중계된 연설에서 “당신(럼즈펠드 장관)은 대테러전쟁에서 우리나라를 용기 있게 이끌고 있다”며 들끓고 있는 그의 사임론을 일단 일축했다.
하지만 백악관과 국방부 사이에 이미 큰 틈이 생겼다는 사실은 부시 대통령이 럼즈펠드 장관을 비공개적으로나마 질책한 지난주에 명백히 드러났다.
타임은 백악관이 질책 사실을 대통령의 허락 아래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렸으며 국방부에도 ‘사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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