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악 그 곳]<8>스페인 안달루시아와 플라멩코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55분


무어인 최후의 거점인 그라나다에는 알함브라궁이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무어인 최후의 거점인 그라나다에는 알함브라궁이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광활한 들판과 너른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황혼으로 상징되는 나라는 스페인일 것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대항해시대의 문을 연 스페인은 세계를 지배하는 강국이 되었으나 무적함대 침몰 후 쇠퇴 일로를 걷기 시작해 20세기 프랑코 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이류 국가로 전락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새 밀레니엄을 맞아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에 들어 있다니 다행이다.

스페인은 불가사의한 매력이 있는 나라다. 유럽과 이슬람, 그리고 집시 문화의 융합이다. 스페인은 크게 카스티야(중앙), 갈리씨아(서), 카탈로니아(동), 바스크(북), 안달루시아(남) 지방으로 나뉜다. 그 중 이런 문화적 특성이 가장 선명한 지역은 남부의 안달루시아다. 덕분에 이곳 풍토와 역사는 자연스럽게 음악과 미술의 영감이 솟구치는 곳으로 자리매김 됐다.

플라멩코는 이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숙성된 음악이자 춤으로 안달루시아의 전통에 집시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개성적인 음악이다. 플라멩코의 3대 요소는 ‘노래, 춤, 기타’인데 특히 구두 뒤축으로 바닥을 때려 소리를 내는 일사불란한 발바닥 장단이 일품이다.

서정주 시인은 ‘아스타 마냐나(일은 내일하면 어떤가)’ 정신의 본 고장인 스페인에 와서 이 플라멩코 춤과 노래를 보고 듣고 “나도 이렇게 살고 있노라면 일은 내일로 미루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여름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열리는 플라멩코 축제장이나 ‘타블라오(Tablao)’라고 하는 전문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는 플라멩코의 연주는 밤새도록 계속된다. 남자가수와 기타리스트, 그리고 남녀 무용수를 포함해 10여명이 출연하는데 연주자의 몰입과 집중력은 청중의 숨을 멎게 할 정도다.

●여행정보

두개의 대륙(아프리카 유럽)과 두개의 바다(지중해 대서양)가 만나는 이베리아반도는 대서양의 바람과 해류에 의해 항해회로의 중심이 된다. 대서양의 해류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지중해를 경유해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돌아 나온다. 따라서 이베리아 반도는 오리엔트지역으로부터 접근이 용이해 문명의 십자로가 되었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를 경유해 간다. 그 옛 중심은 유서 깊은 항구인 카디스와 내륙의 세비야, 코르도바를 잇는 삼각지대다. 해발 3000m가 넘는 네바다산맥 근방의 그라나다는 무어인의 최후의 거점으로 알함브라 궁이 여기에 있다.

가능하다면 지브롤터 해협의 관문 알헤시라스 항구까지 가보기를 권한다. 이 모든 도시가 각각 독특한 매력과 원색의 풍광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도중에 맞는 언뜻 황량해 보이는 안달루시아의 농촌풍경과 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변) 해안의 찬란한 햇빛, 말라카(피카소 탄생지) 또한 여행 포인트이다.

세비야 등지에서는 가톨릭과 이슬람 두 문명의 포개짐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두 문명은 상대를 파괴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가 자기를 덧씌우도록 시도해 온 측면을 보여주어 흥미롭다. 십자군 원정이 없었다면 종교전쟁의 역사는 훨씬 빈약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춤이자 음악인 플라멩코. 집시의 영혼이 담긴 예술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스페인 음악

인도로부터 두 대륙을 거쳐 이베리아 반도로 흘러 든 집시의 소외된 삶과 타협하지 않는 자존심. 그것이 뭉쳐서 예술로 승화된 플라멩코는 ‘영혼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초기에는 손뼉 반주였으나 요즘은 캐스터네츠를 친다. 플라멩코 기타는 강렬한 소리를 내는 독특한 주법이 사용된다. ‘칸테혼도(Cante jondo)’라는 특유의 창법은 그들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절규이다.

원초적인 플라멩코는 두엔데(duende) 즉 ‘버림받은 상태의 절망적인 감정’이라는 진한 정서로 충만돼 있다. 우리의 ‘소리’에서 느껴지는 한(恨)과 유사점이 많아 친근감이 간다. 또 청중(다른 집시)이 연주자의 흥을 돋우기 위해 말과 소리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시 우리의 추임새와 비슷하다.

강선대 명지대 겸임교수

●추천 음반

△‘Legends of Flamenco : Camaron de la Isla’(1951-1992), (영국 ARC, 1998)

△‘Duende : The Passion and Dazzling Virtuosity of Flamenco’(미국 Ellipsis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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