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찾은 곳이 일본 저팬알프스의 알펜루트와 구로베(黑部) 협곡. 저팬알프스란 2000∼3000m의 험준한 산악으로 뒤덮인 일본 중부의 산악지대다. 그 희한한 이름은 100여 년 전 한 유럽인이 알프스를 닮았다 해서 붙인 것.
알펜루트는 동양의 ‘융프라우 산악철도’(스위스)쯤으로 보면 된다. 동해에 접한 일본 도야마, 저팬알프스에 갇힌 나가노 두 현 사이에 놓인 험준한 다테야마(立山)산맥을 관통, 두 지역을 이어주는 루트인데 무려 6가지 수송수단(버스 트롤리 터널버스 로프웨이 케이블카 전차)이 동원된다. 총연장은 88.7km, 탑승시간만 4시간이 소요된다. 전체 루트를 섭렵하는 데는 보통 8시간이 걸린다.
다테야마는 일본인의 마음속에 신앙처럼 자리 잡은 성산(聖山) 세 개(후지산 하쿠산산) 가운데 하나. 그 산을 정점으로 바다 품은 도야마만(灣)의 든든한 배후를 자처한 이 산줄기는 왼편 쓰루기다케(劒嶽·2998m)부터 오른편 야쿠시다케(藥師獄·2926m)까지 해발 2400m급 이상만 18개, 3000m급 산도 두 개나 포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운항되는 도야마. 여기서 알펜루트 정점인 무로도 고산평원 해발 (2450m)까지는 전철과 버스로 오른다. 다테야마산맥 관통터널은 트롤리(전기버스)로 통과하고 그 아래 다이칸봉과 구로베 댐은 로프웨이와 케이블카로, 오마치(大町)는 터널과 산악도로를 달리는 버스로 간다.
다테야마산맥의 한겨울 적설량은 엄청나다. 때문에 사람들은 3월부터 제설작업을 벌여 알펜루트를 뚫는다. 개통 시기는 4월 20일 전후. 도야마현의 비조다이라로부터 무로도 고산평원까지 산악도로(23km) 주변은 지금도 눈에 덮인 상태. 일부 구간은 높이 20m의 설벽사이에 놓인다. 알펜루트의 상징인 설벽은 치운 눈이 쌓인 것. 고산평원의 설원은 5월 중순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이때까지는 설원트레킹도 한다.
구로베 협곡은 알펜루트가 지나는 구로베 댐 계곡을 말한다. 댐에 갇힌 협곡 물은 겨우내 꽁꽁 얼어붙지만 지금은 유빙만 떠돈다. 이 댐은 전후 일본의 최대 토목공사로 불리던 것으로 건설자재를 계곡 상단에 가설한 협궤철로의 갱차로 건설자재를 날랐던 난공사로도 유명하다.
그 레일로 요즘은 관광용 꼬마열차가 운행 중이다. 관광객은 협곡 하단의 온천타운 우나즈키에서 꼬마열차를 타고 협곡의 비경을 내려다보며 두 시간을 오른다. 그리고 협곡의 물가에서 천연 온천에 발을 담근 채 족탕도 즐긴다. 그늘진 곳에는 만년설도 있다.
나가노현의 알펜루트 종착점인 오마치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하나인 하쿠바무라(白馬村) 근처. 여기서 도야마의 정반대편인 태평양연안의 나고야까지는 저팬알프스의 산악을 통과하는 국도로 연결된다. 도중에는 온천도 많다. 가장 유명한 곳은 해발 368m의 게로(기후 현). 마시타강을 끼고 형성된 여관거리를 유카다(얇은 여름용 기모노) 차림으로 거니는 온천휴양객 모습이 유서 깊은 이곳의 역사를 말해준다. 에도시대 유학자 라잔 하야시(1583∼1657)가 자신의 시문집에서 일본 3대명천이라고 소개했던 곳이다. 다리 아래 강변의 천연 탕에서는 지금도 밤마다 동네사람들이 온천욕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 여행정보
◇항공=인천↔도야마(2시간 소요)는 아시아나항공(www.flyasiana.com 1588-8000)이 주3회(월, 수, 토요일) 운항 중.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 루트 ①개장=11월 30일까지. 구로베 댐 유람선은 6월 1일∼11월 10일 운행. ②출발 △도야마현=도야마 전철역, 우나즈키 온천역 △나가노현=시나노 오마치 ③교통비(전 구간)=편도 1만7430엔(약20만원·댐 유람선 제외) ④기온 △5월=4∼10도 △6월=7∼13도. ⑤홈페이지(한글)=www.alpen-route.co.jp
● 알펜루트 패키지
도야마공항으로 입국, 구로베 협곡 관광 후 알펜루트를 따라 나가노현으로 가서 저팬알프스를 남북으로 관통해 나고야공항에서 출국하는 3박4일 일정. 우나즈키, 오마치, 게로 등 온천마을에서 숙박한다. 89만9000원. KRT여행사(www.krt.co.kr·02-2124-5555)
도야마 나가노현(일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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