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가진 중도(中道)의 사상. 거기에는 ‘분열된 지 오래면 반드시 통일되고, 통일된 지 오래면 반드시 분열된다’는 순환의 역사관이 있다. 변화는 해도 결국은 제자리라는 사고다.
중국을 통일한 이는 진시황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통일된 중국문화를 이룬 것은 당나라다. 당의 수도 장안(현재는 시안·西安)은 동서양의 중심이었고 장안과 로마를 잇는 실크로드가 세계사를 새롭게 바꿔놓았음을 우리는 안다. 진나라의 수도 함양이 당의 수도 장안 인근에 있으니 이곳이 중원(中原)의 핵이라 할 만하다.
중원이란 지금의 허난(河南)성과 산시(山西)성 남부 그리고 산시(陝西)성 중부지역을 말한다. 즉 시안, 뤄양(洛陽·한나라 수도), 카이펑(開封·송나라 수도) 등의 동서를 잇는 벨트가 그것이다. 중국 문명의 3대 요소를 황제(지배체계), 도성(주거형태), 한자(문자)라 한다면 시안은 그것을 한꺼번에 검증할 수 있는 표본이다.
꽃피는 5월은 우리 사회가 갈등의 구조에서 상생의 구조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한 의미 있는 달이다. 필자는 칼럼 첫 회에 약속한 대로 5월을 맞아 이 시안에서 피리(簫)로 연주하는 매화삼롱(梅花三弄)과 얼후(二胡)로 연주하는 ‘물에 비친 달빛(二泉映月)’을 선사하려고 한다.
중국의 고전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큰 변화에 호들갑 떨지 않고 항상 역사를 생각하는 중국인의 긴 호흡을 배운다. 여유란 상황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니까. 어려울 때일수록 강한 우리의 전통이 중국의 교훈과 더불어 꽃피우길 기대한다.
● 여행 정보
시안은 우리나라 국적기가 직항하는 교통의 요지다. 시안 자체는 황토지대인지라 풍경이 아름다운 곳은 아니지만 중국 역사가 살아 숨쉬는 박물관이다. 6000여년 전 신석기시대 유적인 반포(半坡)유적지로부터 진시황의 병마용(兵馬俑)갱과 당나라 황제들의 무덤, 현대사에서는 장쉐량(張學良)의 장제스(蔣介石) 연금 현장까지 시대별 유적이 주변에 총망라된 곳이다.
1100여년간 11개 왕조의 수도였던 시안은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다. 그래서 피린(碑林)과 산시(陝西)성 박물관 등지에 가면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함양에 있는 당나라 황제의 무덤군에 있는 영태공주의 묘를 보자. 신라 사신이 서로마제국의 사신과 나란히 서 있는 벽화를 볼 수 있다. 현장의 유골을 모신 흥교사(興敎寺)에서는 그의 제자인 신라승 원측의 업적과 기념탑을 볼 수가 있다.
시안 동쪽의 고도 뤄양(허난성)과 쑹산(嵩山·허난성)의 소림사도 놓칠 수 없다. 뤄양은 중국 불교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데 백마사와 용문석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와 가까운 선비족이 세운 북위(北魏)가 어떻게 중국화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끝으로 정저우(鄭州)의 허난성 박물관에 가면 중국 문명에서 황허(黃河)강이 갖는 역할, 황토고원 및 황제사상 그리고 독특한 주거 형태(황토지역의 혈거 형)도 알 수 있다.
● 얼후와 소로 듣는 중국 옛 음악
시안에서는 중국의 옛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당악(唐樂)이라는 옛 음악을 관광객에게 연주해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악기 중 서양의 바이올린에 해당하는 것은 찰현악기인 얼후다. 얼후는 현대적인 감각의 소리 덕분에 호소력이 뛰어나다. ‘물에 비친 달빛’이 얼후 연주의 대표곡이다. 여기서 ‘얼취안(二泉)’은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후이산(惠山)에 있는 ‘천하 제2천’을 말한다. 봄밤에 보석같이 맑은 샘가에서 샘에 비친 달빛을 보며 깊은 명상에 잠긴 모습이 그려지는 곡으로 ‘상생(相生)의 성찰’에 잘 어울려 소개한다. 여기서 공후(공후)라는 악기가 협연을 하는데 공후는 샘(二泉)을, 얼후는 달빛을 묘사한다.
소라는 악기로 연주되는 매화삼롱은 봄날에 즐기는 품위 있는 놀이를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퉁소로 알려진 대중적인 관악기 소는 심금을 울리는 소리의 깊은 맛이 일품인 악기다.
강선대 명지대 겸임교수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