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경제이야기]소니는 빈혈…삼성전자도 혹시?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03분


소니는 빈혈, 도시바는 뇌경색, 미쓰이물산은 신경통….

일본 굴지의 대기업에 이런 병명(病名)을 붙인다면 이만저만 실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매된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대기업 32개사를 대상으로 자체 경영진단을 실시해 이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설명을 듣다 보면 해당 기업의 약점이 떠올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증세가 가장 심각한 기업으로는 단연 소니가 꼽힌다. 일본 제조업의 상징으로 자부해 온 소니는 2003 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 결산에서 전자업계의 10개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줄어 스타일을 구겼다.

사업상 중요한 고비가 닥쳤을 때 경영진이 머뭇대거나 판단 잘못을 저질렀고, 문제가 불거진 뒤에는 궤도 수정까지 늦어졌다는 게 진단팀의 지적. 디지털가전이 붐을 이루는데도 “시장이 커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안이하게 대응해 후발 업체에 주도권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는 것. 소니는 인체의 혈액과 같은 경영자원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빈혈 판정을 받았다.

디지털TV의 호조로 상승세인 마쓰시타전기에는 맹장염 진단이 내려졌다.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인력 운용이 여전히 방만한 점이 지적돼 ‘잠자는 인재’의 활용에 좀 더 신경을 쓰라는 충고를 받았다.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孫正義) 회장이 대주주인 소프트방크와 신일본제철도 같은 경우.

도시바의 뇌경색 진단은 의사결정 과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 삼성전자가 D램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뒤에도 철수 결정을 늦추는 바람에 적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 중 최초로 ‘순이익 1조엔 시대’를 연 도요타자동차와 디지털카메라의 강자인 캐논은 뜻밖에 골다공증을 염려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종신고용을 고수하는 일본식 경영철학이 지금은 좋은 평가를 받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닛산자동차는 식욕이 왕성한 것으로 분석됐고 혼다는 반사 신경이 매우 뛰어나다는 칭찬을 들었다.

한국 기업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혹시 자신도 모르는 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닐까.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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