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여성 천황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열린 참의원 헌법조사회 공청회에서는 천황의 자격을 ‘황실 태생의 남성’으로 제한한 황실전범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여성 천황 인정론은 ‘전통의 고수’를 주장하는 보수층의 반발에 밀려 공론화되지 못했지만 최근 마사코(雅子) 황태자비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유무형의 압력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장남인 나루히토(德仁·44) 황태자는 딸만 1명을 두고 있고 동생인 후미히토(文仁·38) 왕자도 딸만 2명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민주당 에다 사쓰키(江田五月) 의원은 “황태자비 소동에서 보듯 천황가에 불필요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며 “여성의 황위 계승을 조속히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여성 천황 논의는 인간 존엄과 개인 존중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소노베 이쓰오(園部逸夫) 전 최고재판소 판사도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황위계승 자격을 갖춘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에 여성 천황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고대 아스카(飛鳥)시대에서 중세 에도(江戶)시대에 걸쳐 8명의 여성 천황을 배출했지만 메이지(明治)시대에 제정된 황실전범에 의해 천황 자격이 남성으로 제한됐다.
일본 국회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성 천황’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수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헌법개정 과정에서 천황과 관련된 규정을 고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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