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테닛 국장이 사임을 발표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떠나는 그에게 온갖 공치사를 늘어놓았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은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테닛 국장을 둘러싸고 9·11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비판과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판단 실수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에 발목이 잡힌 부시 대통령으로선 ‘희생양’으로 테닛 국장이 필요했을 수 있다.
▷테닛 국장은 보렌 전 의원의 추천으로 전임 클린턴 행정부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1992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담당관으로 임명됐고, 1995년 CIA 부국장으로 옮기고 2년 뒤 국장에 올랐다. 정권을 바꿔가며 7년씩이나 CIA 국장으로 일했으니 능력 부족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책을 써서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 경고를 무시했다고 비난한 리처드 A 클라크 전 NSC 테러담당관도 테닛 국장은 옹호했다.
▷CIA 국장은 CIA뿐 아니라 나머지 10여개 정보기관을 총괄 감독하는 정보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의 수장(首長)이다. 최고위 정보 참모로서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최종 정보를 생산하는 게 그의 임무다. 전 세계를 훑는 ‘눈’과 ‘귀’를 가졌으니 정보의 수준이 높을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9·11 이후 정보기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위시한 고위 정책결정자들의 ‘정보소비 능력’을 높이는 일이 아닐까.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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