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재에 나선 대상기업은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을 지지해 온 이른바 ‘녹색 타이상(臺商)’들이다.
▽제재 받는 대만기업=중국의 보복 조치는 천 총통이 취임한지 4일 뒤인 지난달 24일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본토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대만 독립을 후원하는 녹색 타이상들을 결코 환영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표면화됐다.
이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31일 석유화학 및 전자업체를 거느린 대만 치메이(奇美)그룹을 대표적인 녹색 타이상으로 지목하면서 창립자인 쉬원룽(許文龍) 회장을 ‘뻔뻔스러운 반(反)중 고집쟁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대만 총통선거 직후 천 총통의 최대 후견기업인 치메이실업의 저장(浙江)성 공장에 세무 환경 공안 노무 세관 외환관리 등 10여개 기관 40여명을 투입해 경영실태를 샅샅이 조사했다.
쉬 회장은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이달 초 그룹 회장직을 내놓았으나 치메이그룹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선거기간 중 천 총통 후원 광고를 냈던 디이(第一)금융그룹은 지난달 중국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 위해 그룹 간부들이 중국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대만 남부 타이난(臺南)의 한 스테인리스철강 회사는 중국 푸젠(福建)성에 공장을 세우려했으나 푸젠성 정부가 “회사 경영주의 정치성향이 의심스럽다”며 투자 허가를 해주지 않아 대만기업협회가 ‘해당 기업의 정치성향은 중간노선’이라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대만 연합보는 4일 중국 지방정부들이 관할 지역에 진출하려는 대만 기업들을 상대로 정치 성향 파악에 나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기업들은 투자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개발 프로젝트의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속셈=천 총통을 후원하는 대만 기업들을 압박함으로써 대만 경제계는 물론 천 총통이 생존을 위해 독립 의사를 포기토록 하려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조치는 대륙에 사실상 경제적으로 예속돼 버린 대만 경제의 취약점을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만은 지난해 대중 수출 490억달러, 수입은 90억달러로 무역흑자의 대부분이 중국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홍콩까지 합치면 대만의 대중 수출은 전체의 34.5%로 미국 일본보다도 크다.
1987년 이후 약 3만개의 대만 기업이 6만개 사업에 30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대만 전체 해외투자의 40%를 차지한다. 중국 진출 대만 기업들은 1993년 중국에서 간접 방식으로 외화송금을 시작한 이후 2002년까지 10년간 5572억달러의 외화를 대만에 보냈다.
왕젠민(王建民) 중국 사회과학원 대만연구소 부연구원은 “대만에 대한 경제제재가 가해진다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포인트 감소하고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대만 경제가 두 달 안에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장밍칭(張銘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3일 “중국 정부는 대만기업의 투자신청을 심사하거나 대만 독립 지지 기업들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다”고 일단 제재설을 부인했다.
이는 중국이 앞으로 양안관계 진전에 따라 대만 기업에 대한 제재조치의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대만의 대(對)중국 수출입액 추이 |
| 수입 | 수출 |
1998년 | 38 | 167 |
1999년 | 40 | 195 |
2000년 | 50 | 255 |
2001년 | 50 | 273 |
2002년 | 65 | 380 |
2003년 | 90 | 490 |
2004년1~4월 | 36 | 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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