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각료들 ‘오발탄’…고이즈미 가짜사원 변명 등

  • 입력 2004년 6월 6일 19시 12분


일본의 총리와 각료들이 최근 ‘장군 멍군’ 식으로 연이어 실언을 해 장기집권의 오만함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정계 입문 전 후원자의 부동산회사에 근무하지도 않으면서 월급만 받았던 ‘가짜 사원’ 경력에 대해 2일 “인생도 가지가지, 회사원도 가지가지”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일본의 직장인들은 이에 대해 “부모 잘 만나서 편하게 지낸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도 걸핏하면 해고되는 회사원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기죄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도 전혀 죄의식이 없는 ‘총리 자격 미달자’라는 혹평도 이어졌다.

이노우에 기이치(井上喜一) 방재담당상은 최근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동급생을 교내에서 흉기로 살해한 사건에 대해 4일 “요즘 여자아이들이 씩씩해졌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어린 소녀의 엽기적 살인사건에 대한 평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이 발언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는 “사회변화상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이 같은 사건에 대해 “과거에는 방화는 여성 범죄, 칼로 목을 베는 것은 남성 범죄였는데 요즘에는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물의가 일자 “범죄 통계를 보면 그렇다”고 해명했으나 실제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각료들의 실언이 속출하자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대표는 “최근 여러 발언을 보면 현 정권은 완전히 오만에 빠진 상태”라고 비판했다. 자민당 일각에서도 “장기 집권이 유력시되자 당내에 긴장감이 없어졌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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