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것은 이번 행사의 백미였다.
슈뢰더 총리는 우선 상륙작전 당일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운 병사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그는 이날 랑빌 마을을 방문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으며 주민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다.
슈뢰더 총리는 “연합군 병사 수천명이 단 하루 만에 숨졌고 그들은 자유를 위해 비싼 대가를 치렀다. 독일군들은 유럽을 압제하려는 살인적인 시도(나치즘) 때문에 숨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2차대전 당시 숨진 이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며 “프랑스와 독일이 어느 때보다 가까운 동맹이라는 점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쟁에 대한 독일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한 뒤 유럽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쓰겠으며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라크 대통령은 “회상과 희망의 이날 프랑스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당신을 형제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2차대전 종식을 위한 러시아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왔으나 냉전 종식으로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게 된 점을 신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가 나치 독일과 유럽 동부전선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공로를 2차대전 당시 서구 연합국이 잊지 말아야 한다며 러시아의 역할을 상기시켰다. 이는 쿠르스크와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이 승리함으로써 전쟁의 흐름을 연합국의 승리 쪽으로 바꾸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 .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최근 이라크전쟁과 체첸공화국에서의 인권 문제 등으로 불편한 관계가 됐던 미국과 영국을 의식해 “러시아와 그 동맹들은 테러리즘의 위협에 맞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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