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美-日 군사협력 ‘한지붕 살림’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44분


그동안 주일미군의 개념은 한반도 등 동북아의 유사 사태에 투입하기 위한 일종의 대기 부대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군사적 일체화를 통해 중동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사시 일본을 주요 전략 거점, 허브(hub)기지로 격상해 활용한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이라크전쟁 개전에 앞서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등에서 병력 수천명을 빼내면서 주일미군 역할을 본격적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는 미군 재배치 계획의 내용을 보면 미일 당국의 군사부문 일체화 구상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첫째, 일본 항공자위대 총사령부를 주일 미 공군사령부가 있는 요코다(橫田)기지로 옮기는 방안이다. 이는 양국 공군의 통합 운영을 강화해 항공작전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일본 항공자위대 총사령관은 미사일방어(MD)체제 실전 배치시 지휘권을 갖도록 되어 있어 총사령부 기지가 미군 기지내로 들어가면 미국의 MD 체제와 연계 운영이 손쉬워진다.

둘째, 태평양 권역을 관할하는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미 본토 워싱턴주에서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내 주일 미군 자마(座間)기지로 옮기는 계획이다. 지휘부인 까닭에 이동 병력 규모는 수백명에 불과하나 중동과 아시아에 유사사태 발생시 미군을 투입하는 의사결정이 그만큼 신속해지게 된다.

셋째는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 해병대 일부 병력의 홋카이도 육상 자위대 기지내 이동 등 미군과 자위대의 기지 공동 사용이다. 지토세(千歲) 등지에서 실시되고 있는 기지 공동사용도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매체는 7일 “주한미군은 단계적으로 삭감되지만 주일미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빌려 “미군 재편작업은 추상적 전략분석 단계를 넘어 이미 구체적 제안 작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 정부 여당 내에는 북한 미사일과 핵 위협에 대비해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이 같은 미군 재편 계획은 일본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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